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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SPO 뷰] '이겼지만 잔인하진 않은' 수원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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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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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월드컵경기장, 조형애 기자] 27라운드까지만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수원이 28라운드 딴판이 됐다. A매치 휴식기를 보낸 뒤 10일 이어진 전남전에서 수원은 우려와 걱정을 날려버렸다. 전반전 45분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정신을 차려보니 승부는 이미 완전히 기울어져 있었다. 전반 넣은 세 골을 지킨 3-0 완승이다.

참 걱정이 민망하게 됐다. '9월의 사나이' 조나탄 공백도 깜빡 잊을 정도. 잠시 올랐던 2위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은 쏙 들어가게 생겼다. 하지만 빛만 있는 곳이 어디 있으랴. 28라운드에서 만난 눈부신 빛 뒤엔 어슴푸레한 그림자 역시 있었다.

#거제도 전훈_전반전_윤용호

경기 전 후 서정원 감독이 가장 많이 언급한 건 '거제도'였다. 수원은 A매치 휴식기 동안 거제도에서 막간 전지훈련을 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일정이었다. 조나탄의 부재 속, 공격진들의 잠재력을 끌어 내려던 서 감독, 꽤 만족한 듯 연거푸 거제도를 입에 올렸다. 허풍이 아니었다. 전지 훈련에서 평가한 대로 전남전에 투입했다가 결실을 봤다.

프로 첫 선발로 나선 '신예' 윤용호가 데뷔 골을 터트렸고, 올시즌 내내 득점을 올리지 못해 마음고생을 했던 박기동도 드디어 골망을 흔들었다. 산토스는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8월에 보인 맹활약을 이어갔다. 전반전은 말그대로 총공세였다. 전반 막판 전남의 짧디짧았던 반격 말고는 완전히 상대를 압도했다.

신태용호와 연습 경기에서 멀티 골을 넣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윤용호 카드는 특히 눈에 띄었다. 수원이 "계속 주시해오던 선수"라면서 믿음을 보였는데 정말로 실전에서 터졌다. 프로 첫 출전에서 프로의 벽을 실감하고 고개를 떨궜다던 윤용호는 자신감을 얻은 듯 눈을 반짝였다. "그땐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준비하고 나가보니 '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는 말이 퍽 당차게 들렸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훈련이 실제 경기 승리를 불러오면서 자신감이 올라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수원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28라운드 추격을 다짐했던 서울은 주춤했고, 제주도 승점 1점 수확에 그쳤다. 전북과 울산은 이겼지만 많은 실점을 했다. 지금의 선순환을 이어갈 수만 있다면 수원은 다양한 득점 루트 확보를 넘어 리그 막바지 빛나는 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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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누적_후반전_고춧가루 부대

단 몇 가지 넘어야 할 산은 있다.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수원은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를 결장할 선수들의 공백을 일단 메워야 한다. 29라운드 대구전에 뛸 수 없는 선수는 박기동과 김민우. 득점을 신고한 뒤 부담을 털고 강한 슈팅도 보였던 박기동의 흐름이 끊기된 것도 아쉽지만, 더큰 문제는 김민우의 부재다.

피로가 쌓인 상태라 휴식이 필요하긴 하나 김민우를 완벽하게 대체할 선수는 없는 상태. 고승범이 왼쪽을 볼 수도 있지만, 본인도 "오른쪽이 편하다"고 누차 강조했고 실제로 오른쪽에 비해 왼쪽에 나와서는 이러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전남전 활약만 두고봐도 김민우가 아예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은 큰 마이너스 요인이다. 서정원 감독도 "김민우는 비중이 큰 선수"라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 감독이 경고 누적 만큼이나 아쉬워 한 게 또 있었다. 바로 후반전 골 결정력이다. 사실상 흐름이 넘어온 상태에서 무리할 이유가 없는 수원이었지만 서 감독 더 많은 득점을 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고 털어놨다. "선수들에게 더 많이 올라가 플레이하라고 지시했다"면서 "4-5골은 더 넣어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수적 우위도 얻으면서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진 게 이유라면 이유다. 하지만 많은 기회를 얻고도 하나를 결정 짓지 못한 일이 남은 경기에서도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구나 리그 막판 다급해진 하위 팀들이 '고춧가루 부대'가 될 수 있을 터. 수원이 걱정 없이 웃으려면 때로는 잔인하게 상대를 몰아붙일 줄도 알아야 한다.

[영상] 서정원 감독이 대승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임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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