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가 들어설 수 있게 해달라고 지역 주민에게 호소하기 위해 토론회에 참석했던 학부모들은 깊은 상처만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기피시설 대신 한방의료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한국 사회의 님비와 장애인 혐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특히 장애학생 엄마들이 무릎 꿇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시민들의 공분이 들끓고 있다.
강서구 주민들이 한방의료원 설립을 요구하게 된 불씨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공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 때 ‘강서 르네상스’를 내세우며 <동의보감>을 펴낸 허준이 태어난 옛 공진초교 부지에 한방의료원을 설립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옛 공진초교 부지의 소유주인 서울시교육청과는 단 한 차례의 협의도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보건복지부는 10일 “한방의료원 건립과 관련해 어떤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방의료원 설립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말처럼 김 의원이 만들어낸 ‘가공의 희망’이었던 셈이다. 시민들은 강서구 주민들에게 묻고 있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과 ‘강서 르네상스’, 대체 뭣이 중헌가.”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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