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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아침을 열며]벼랑 끝 한·중 경제협력, 지금 필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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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최근 중국내 수난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밀월기를 구가하던 양국 관계가 1992년 수교 후 최악의 상태로 떨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향신문

2015년 6월 중국 충칭에서는 현대차 중국 내 다섯번째 공장 건설을 위한 착공식이 열렸다. 인구 3000만명에 한국 면적의 82%에 달하는 충칭은 서부 대개발의 핵심 도시다. 중국의 성급 정부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당시 착공식에 쑨정차이 충칭 당서기가 참석했다는 사실 자체가 현대차에 대한 중국 측의 예우였다. 그는 지난 7월 반부패 운동의 덫에 걸려 낙마했지만 2023년 중국 총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던 인물이었다.

그해 4월에는 허베이성 창저우시에서 현대차 중국 내 네번째 공장 착공식이 열렸다. 현대차가 한 해 중국 내 2곳에서 공장 착공식을 가진 것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의 과감한 증산 경쟁을 택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베이징에 있는 1~3공장까지 포함하면 연간 165만대 생산능력이 중복투자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현대차는 중국 영업을 자신했다. 당시 창저우와 충칭을 찾았을 때 도시 곳곳에 내걸린 현대차 환영 플래카드들을 보며 가슴 한편에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중국 시장 진출 15년째인 현대차는 한·중 경제협력의 모범 사례였다. 이런 현대차가 요즘 겪는 어려움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중국 시장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감소했고 중국 측 합작 파트너와 불화설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의 고통이 100% 사드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중국산 자동차 품질이 높아지면서 한국산 자동차의 메리트가 사라지는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 부분 사드 한국 배치에 따른 반한 정서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사드 갈등이 없었다면 중국 특성상 베이징현대와 부품공급 업체들의 갈등이 부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대차 외에도 많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 보복에 시달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의 교묘하고 노골적인 사드 보복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주석은 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취임 후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했고, 사드 배치로 자신의 체면과 위신이 크게 실추됐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보복은 상당히 감정적 처사란 비난을 받아 마땅하나 한·중관계가 정냉경냉(政冷經冷)으로 접어드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의 사드 보복을 계기로 그동안 한·중관계와 우리가 간과했던 중국의 속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경분리는 오랜 시간 한·중관계의 원칙이었다. 정치·안보 갈등이 경협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는 암묵적 합의였다. 한국에는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그럴듯한 전략적 사고로 받아들여졌다. 한국 기업을 필요로 하는 중국에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사드를 계기로 양국 간 경제 관계는 정치·안보적 갈등에 의해 언제든지 뒤로 밀려날 수 있음이 드러났다. 중국은 더 이상 외국 기업을 쌍수 들고 환영하는 나라가 아니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으며 한·중 주력산업은 겹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지나치게 서두르며, 지나치게 깊이 중국에 발을 담갔다. 그 결과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국 경제의 목줄을 죄는 상황이 됐다. 세계 최대의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은 언제든지 한국과의 관계에서 힘의 지형을 중국에 이로운 쪽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게 됐다. 국내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 방식은 이제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게 불가피하다. 중국 사업을 전면 재점검하고 포스트 차이나 전략을 마련해둬야 한다. 물론 중국에서 무작정 발을 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내수 시장이 작은 우리가 세계 최대의 시장을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기존 미·중관계의 틀을 깨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무기강국 미국에 대한 중국의 두려움은 그만큼 크다. 미국은 계속 중국과 소통하며 그들의 불안을 해소해줄 의무가 있다. 중국 역시 무조건 한반도를 미국 견제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만리장성식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한·중 양국 정부 모두 낭떠러지 앞에서 말고삐를 잡아채는 심정으로 위기 관리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칭기즈칸의 말처럼 “잘못한 일이 있을지라도 벗은 벗”인 것이다. 관계의 거품을 빼면서 서로를 직시하는 일은 언제라도 거쳤어야 할 과정이다. 양국 일부 언론들은 막말 공격을 그만두고 이성을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 두 나라의 많은 국민들은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문화를 공유하면서 교류해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관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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