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국회로 복귀하면서 원외집회를 병행키로 한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우선 보이콧 1주일 만에 회군하는 데 따른 대내외 위신 실추를 생각했을 수 있다. 안보위기에 국회를 비우는 부담이 커 돌아가기는 하지만 대여 공세는 늦추지 않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다른 하나는 '전술핵재배치'라는 안보 이슈의 폭발성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의 실제적 위협과 도발에 불안해하는 국민이 점차 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열성적인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해가며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임시배치를 서두른 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나 싶다. 사실 6차 핵실험을 분기점으로 북핵의 기본적 성격이 달라졌다고 볼 수도 있다. 언젠가 닥칠 수 있는 위험 요인에서 실제로 임박한 위협으로 바뀐 것이다. 이런 국면에 한나라당은 전술핵재배치를 '꽃놀이패'로 여길지 모른다. 정부·여당의 '약점'을 공격하면서, 보수 안보정당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지지세력도 결집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한국당은 지난 주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회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대구·부산 등에서 추가 집회를 열고 1천만 명의 지지 서명을 받겠다는 기세가 그렇다. 그러나 한국당이 내심 기대하는 것처럼 진짜 순풍을 탄 것인지는 의문이다.
한국당은 전술핵재배치 여론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고 보는 것 같다.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술핵재배치에 찬성하는 여론이 60%가 넘는다"고 말했다. 목소리를 높이면 높일수록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정부·여당은 운신 폭이 좁아질 테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뜯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우선 정기국회 기간에 대규모 원외투쟁을 병행하는 것 자체가 원내 107석을 가진 제1야당으로서 책임 있는 처신이라고 하기 어렵다. 중요한 국가적 현안을 놓고 장외에서 대규모 군중집회와 서명 운동을 벌이는 것은, 과거 여당 시절 한국당이 입버릇처럼 비판했던 야당의 '세몰이' 행태와 다를 게 없다. 한국당이 방미 대표단을 파견한다는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상·하원 지도자와 전문가를 만나 한반도 전술핵재배치의 필요성을 설명한다고 하는데 핵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의 분열상을 드러내 망신을 자초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국당은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을 위원장으로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예산심사 과정에서 전술핵재배치 예산의 반영을 적극 주장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한국당의 이런 결기가 명분을 얻으려면 다른 정치적 계산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하게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는 사실을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한다. 사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몇 차례 거론하기는 했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전술핵재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전력화에 근접한 상황에서 핵 재배치를 계속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국민이 북핵 위기로 불안해하는데도 국회가 이런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 한국당은 당당히 국회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해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바란다. 장외투쟁은 스스로 명분을 깎아내리는 하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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