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가계부채 대책에는 아파트 등 주택을 살 때 무리하지 말고 예상소득으로 대출 원리금을 갚을 수 있을 만큼 빌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옥죄기로 주택 투기수요를 차단해 주택시장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정책 의지도 반영돼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신 DTI에는 대출 시점의 소득 개념이 아닌 대출 기간의 평균 예상소득을 쓴다. 급여가 오를 신입사원 등 젊은 층에는 유리하지만 임금피크나 퇴직을 앞둔 장년층에는 불리한 구조다. 또한 대출심사에 기존 주택담보 대출의 원금까지 반영하기 때문에 기존 대출자의 추가 담보대출은 대폭 줄거나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신 DTI 도입은 더 강력한 DSR의 2019년 전면시행에 앞서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살펴보려는 사전포석의 의미도 담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8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천4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부채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주택담보 대출을 죄지 않고는 가계부채 증가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경우 70% 이상이 주택담보 대출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 대책으로 주택담보 대출 규제를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 다주택자의 신규 대출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신 DTI 도입은 이미 시행 중인 양도소득세 중과에 더해져 다주택자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세청 등으로부터 받은 '개인 부동산 보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보유 상위 1%의 평균 보유주택 수가 6.5채였다. 2007년에 상위 1%가 평균 3.2채를 보유했었다고 하니 9년 만에 배 이상이 된 셈이다. 상위 10%의 평균 보유주택 수도 2007년 2.3채에서 지난해 3.2채로 늘었다. 전체 가구의 근 절반이 무주택인 상황에서 주택보유의 양극화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집 사재기'를 그냥 두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표류할 수밖에 없다. 다음 달에 확정 발표될 가계부채 대책이 다주택자 등의 투기수요를 확실히 차단하고 가계부채 증가도 억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 부동산대출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가계부채 문제가 이처럼 악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대출이 투기수요로 흘러가는 길목을 차단하는 데 정책역량을 모아야 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