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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방사성 원소 중 가장 위험한 세슘, 미생물로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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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슘을 저렴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정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미생물을 이용해 방사성 세슘을 효과적으로 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를 원전 관련 기업 범아에 이전하는 기술실시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정액 기술료 5억원에 매출액 3%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조건이다.

이 기술은 방사능 오염수와 원전 해체 폐기물에 포함된 방사성 세슘을 저렴하고 쉽게 분리·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승엽 원자력연 박사팀은 지난 7월 미생물로 방사능 오염수 속 세슘을 광물 형태로 만들어 침전시키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고 미국과 일본에도 특허를 출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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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슘은 강력한 감마선(파장이 극히 짧고 에너지가 큰 빛)을 내뿜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건강에 가장 위협적인 물질로 보고됐다. 반감기도 약 30년으로 길어 방사능 오염을 벗어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다.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직후 방사성 세슘이 유출되면서 31명이 즉사했고 후쿠시마에서는 세슘이 지금도 계속 원자로에서 누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슘은 화학적으로 침전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어 기존에는 흡착제를 이용한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이 방식은 경쟁 이온(칼륨이온 등)이 존재할 때 세슘 제거율이 떨어지고 다량의 폐흡착제가 방사성폐기물로 남는 문제가 있다. 또한 흡착제는 고가의 티타늄이나 유독성 물질을 원료로 복잡한 화학 공정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많이 들고 이차적인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승엽 박사팀은 땅 속에서 채취한 미생물인 황산염 환원 박테리아 중에서 방사선에 강한 종을 선별해 배양한 뒤 황산이온과 함께 방사능 오염수에 넣었다. 이후 생물학적 황화반응을 거쳐 세슘 이온을 단단한 크리스탈 결정체인 ‘파우토바이트’(CsFe2S3) 형태로 만들어 침전시켰다. 그 결과 물속 방사성 세슘을 99% 이상 제거하고, 악조건인 해수에서도 최소 96% 이상 세슘을 제거할 수 있었다.

흡착이 아니라 광물로 결정화시키는 방식이라 유출되거나 녹아나올 우려가 거의 없다. 폐기물 양이 적고 깊이에 상관 없이 땅에 묻으면 더 단단해져 안정화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코발트나 니켈 같은 다른 위험한 방사성 물질도 99% 이상 함께 제거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고리 원전이 5년 후 해체되면서 폐기물이 나올 때도 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이승엽 박사는 “일본에서 세슘 제거를 위해 사용하는 흡착제의 가격은 ㎏당 1000만원이 넘는다”며 “미생물을 이용할 경우 1000분의 1정도 비용으로 이를 처리할 수 있는데 기술력만 입증되면 일본에서도 관심을 갖고 도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전 폐수만이 아니라 핵실험, 핵폭발로 야기되는 오염수(지하수 포함)도 환경친화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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