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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김정은, '사회주의 7대 명절‘ 이벤트성 도발 대신 이설주와 축하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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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국가 명절(정권수립기념일) 기념행사보다 핵실험 앞세워

정권수립기념행사는 김영남 주관으로 대형식당 옥류관서

핵실험 기념행사는 김정은이 부인 대동하고 직접 챙겨

김정은 "수소탄 폭음은 피의 대가…최후 승리는 확정적"

북한이 국가기념일인 정부수립 69주년 행사보다 지난 3일 실시한 핵실험 성공을 앞세우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공화국(북한) 창건 69돐(돌) 경축연회가 9일 옥류관에서 진행됐다”고 10일 보도했다. 통신은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내각 총리)를 비롯한 당과 국가, 군대의 책임일군(일꾼)들과 무력기관, 내각, 근로단체, 성, 중앙기관 일군들, 공로자들이 연회에 참가했다”며 “재일본조선인축하단과 해외동포들, 주조(주북) 여러 나라 외교 및 국제기구대표부부, 무관부부들을 비롯한 외국손님들이 됐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9일 6차 핵실험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인민극장에서 축하공연을 관람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10일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3일 역대 최대규모의 6차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김정은은 지난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직후에도 관련자들을 불러 축하공연을 함께했다.[사진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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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이곳에 가지 않았다. 대신 김정은은 부인인 이설주와 함께 핵실험 관계자들과 시간을 보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홍승일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핵무기 개발 담당) 등 6차 핵실험 관계자들을 위한 축하공연을 함께 본 뒤 축하연회를 했다. 전체 6면을 발행하는 노동신문은 축하공연과 연회 소식을 1~4면에 할애하고, 정부수립 기념일 행사는 5면에 배치했다. 김정은이 직접 나서 핵실험 성공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것이다.

10일 조선중앙TV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날 핵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홍승무 군수공업부 부부장의 손을 꼭 잡고 공연장에 입장했고, 공연을 마치고는 홍 부부장ㆍ이홍섭 핵무기연구소장과 팔짱을 끼고 걸어가면서 환한 웃음을 지어 이들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9일 6차 핵실험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축하연회를 마련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10일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3일 역대 최대규모의 6차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김정은은 지난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직후에도 유사한 행사를 했다.[사진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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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이벤트성’ 추가 도발은 없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정권수립일 등을 계기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회주의 7대 명절을 기해 ‘이벤트 도발’을 해왔던 경험이 있는 데다, 최근 김정은이 미사일과 핵을 이용한 도발 주기가 짧아지는 등 몰아치기 식 행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사회주의 7대 명절은 김정일 생일(2월 16일), 김일성생일(4월15일), 국제노동자절(메이데이·5월1일), 조국해방기념일(8월15일), 정권창건일(9월9일),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헌법절(12월27일) 등으로 설과 같은 민속명절과 별도로 북한이 국가 운영과 관련해 공휴일로 지정한 기념일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지난해 9월 9일 오전 9시 5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각종 기념일을 기한 이벤트 도발을 이어왔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이 3일 핵실험을 한 건 정권수립기념일을 염두에 두고 실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권 수립 기념일에 핵실험 관련 공연과 연회를 대대적으로 한 건 추가로 핵실험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가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축하분위기를 이어가며 국제사회의 정세를 주시한 뒤 추가 도발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3일 실시한 핵실험과 관련해 내부적으로는 축제분위기를 이어가고, 대북제재 등 국제사회의 동향을 파악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11일(미국 현지시간) 예정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표결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북한의 숨줄 역할을 하는 원유공급 중단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표결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대 명분이 약해질 수 있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역대 최대규모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제조 능력을 이미 과시한 상황에서 중국이나 러시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김정은은 9일 축하연회에서 “수소탄 폭음(6차 핵실험)은 간고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피의 대가로 이루어낸 조선인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자위적 핵억제력 튼튼히 다져나가기 위한 과학연구사업 더 야심차게 벌려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지속적인 위협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주체혁명의 최후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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