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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여의도 칼럼] 중국 정경유착 끊어야 미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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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중진국 함정에 빠져 헤매

아시아투데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한국도 크게 떳떳하지는 않기는 하겠으되 중국은 정경유착에 관한 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어느 시대나 할 것 없이 권력이 곧 5000년 역사에서 한결같이 부(富)의 원천이었다고 단언해도 좋다.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의 아버지라는 설이 있는 여불위(呂不衛)의 청년 시절 에피소드 하나만 봐도 바로 증명이 된다.

그는 젊은 시절 장사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정치에 눈을 돌렸다. 진시황제의 아버지 자초(子楚)의 사람됨이 만만치 않은 것을 보고는 그의 정치적 야심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이른바 몰빵 투자를 하게 된 것. 이로 인해 그는 “농사를 지으면 10배, 장사를 하면 100배, 정치에 투자하면 이루 헤어릴 수 없는 이익이 생긴다”는 자신의 아버지 말대로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하던 대부호가 된다.

이런 전통은 이후에도 면면히 이어졌다. 명나라와 청나라 때의 대부호 심만삼(沈萬三), 화신이 태조 주원장(朱元璋), 건륭황제의 권력을 등에 업고 축재한 기가 막힌 스토리가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다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지난 세기 국공내전 시기 국민당의 사대가문이 중국의 부를 완전히 농단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도 좋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정경유착의 적폐가 많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이는 절대 권력을 자랑하던 마오쩌둥(毛澤東)과 영원한 넘버 2 저우언라이(周恩來) 등의 혁명세대들이 타계한 후 남긴 재산이 약속이나 한듯 별로였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증명해주는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1978년 고고의 성을 울린 개혁, 개방정책은 과거의 적폐를 되살리는 엉뚱한 역할을 하게 된다. 경제의 쾌속 발전으로 모두들 돈맛을 알게 되자 다시 정경유착의 악령이 되살아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좋다.

아시아투데이

중국 당국의 뜨거운 감자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회장. 중국의 악명 높은 정경유착의 상징 같은 인물로 손색이 없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수년 전 미국에 도주한 궈원구이(郭文貴·50) 정취안(政泉)홀딩스 회장과 중국 당국과의 묘한 기싸움은 이런 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해도 좋다. 홍콩 신문을 비롯한 외신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중국의 일부 권력자들과 밀착, 부동산 사업으로 큰 돈을 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자행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꼬리가 잡혔다. 그는 그러나 체포 직전 극적으로 미국 도피에 성공, 한숨을 돌렸다. 이후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권력층의 온갖 비리를 까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미국 망명을 신청, 중국 당국과 본격적 일전불사를 다짐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중국 당국은 그의 폭로를 일축하고 있다. 자신의 비리를 덮고 미국의 비호를 받기 위해 신빙성이 전혀 없는 유언비어를 뻥튀기, 진실을 날조한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미국 당국에는 파렴치범인 그의 송환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 개방 이후 지난 40여 년 동안에 수없이 발생한 중국 권력층 관련 부패 사건들을 일별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여기에 궈 회장의 신분이나 과거 인맥까지 상기할 경우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중국에 정경유착과 권력층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에 믿음이 더 갈 수밖에 없다.

정격유착은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가를 휘청거리게 만든다. 최악의 경우 문을 닫게 만들 수도 있다. 역사적 전통이나 현재의 상황, 궈 회장의 폭로를 종합하면 중국은 이런 위기에 직면하지 않고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자칫 잘못 하면 이로 인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금이라도 중국의 조야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각고의 범 국가적 차원의 각오를 다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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