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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이코노미조선] 복잡한 금융규제 합리적으로 바꿀 ‘공론의 장’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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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서관 입구에 회전문을 설치한 이후로 누가 권력의 주인공이 될지 추정하기 어려워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 혹은 정책에 대해선 공표 전까지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 경제 정책 요직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스티븐 므누신은 여전히 재무부 장관이며 최근 권력 투쟁과 관련해 언급되지 않았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비경제적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성명에 대놓고 불만을 표했지만, 여전히 위원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재닛 옐런도 적어도 내년 2월까지 연방준비이사회(연준)에서 의장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사의 안정성이 경제·재정 정책의 일관된 시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금융 규제 계획과 관련해서는 많은 논쟁이 예상된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몇가지 이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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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은 통상적으로 절제되고 모호한 표현을 쓴다. 이 때문에 연준 관계자들은 중앙은행의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그들의 단어와 어조의 미묘한 차이를 분석해야 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내 말이 명확하게 들렸다면, 당신은 내 말을 오해한 것”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래서 가장 온화하고 예의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피셔 부회장의 말에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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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데이비스 전 런던정경대 학장은 금융 개혁과 관련해 연준이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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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금융규제 개혁 요구 커져
피셔는 미국의 정치 체제가 “미국을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사태 이후 신설된 규제를 철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모두’가 금융 위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며 “왜 똑똑한 성인들이 지난 10년간 본인이 만든 것을 다시 없애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피셔의 발언을 꼼꼼히 해석해야 한다. 피셔가 문자 그대로 ‘모두’가 예전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는 의미로 한 말은 아닐 것이다. 학계는 더 높은 자기자본을 요하는 은행 규제 강화에 찬성한다. 언론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훨씬 매파적(대외 강경론자)이다. 게다가 레버리지 비율 40% 이상, 기본자본 2%의 완화된 금융 규제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은행 위원장을 한 명도 본 적 없다.

그렇다면 피셔가 말하는 ‘모두’는 누구인가? 이 문구는 어린 시절 나의 어머니 말투를 닮았다. ‘누군가가 이불을 개지 않았다’며 간접적으로 아이를 혼내는 방식이다.

물론, 피셔가 언급한 대상이 누군지 명확하지 않다. 유일한 증거는 미국 재무부가 지난 6월 발간한 사려 깊은 보고서뿐이다. ‘경제 기회를 만드는 금융 시스템’이라는 보고서 제목이 정치적인 건 사실이지만, 규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완전한 ‘자유 은행’을 주장하고 있진 않다.

므누신 장관이 직접 서명한 이 보고서의 저자들은 금융 위기 이후 남아 있는 복잡하고, 일관성 없고, 중복되는 누더기 같은 금융규제를 개혁하고 싶어 한다. 투자은행의 로비스트이자 전 연준 의장인 폴 볼커도 얼마 전부터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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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피셔 연준 부회장/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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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 금융규제 마련 위해 소통 필요
이 보고서는 지나치게 복잡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부담과 비용이 큰 작업을 단순화할 것을 은행에 제안한다.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 보고서가 금융 위기 이전의 무질서 상태로 복귀하자는 주장을 하진 않는다. 체계적으로 주요 은행들의 추가 자본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제안은 있어도, 자기자본 요건을 낮추라는 제안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재무부 보고서가 피셔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규제 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내비친 것일 수 있다. 아니면 금융 위기 이후 현저히 확대된 규제 합리화가 연준의 책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두려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연준의 행보가 때로는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토론의 기회를 막는다면, 그것은 큰 불행이다. 결국 은행이 운영하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 개인 간(P2P)대출, 그림자 금융 등은 주의 깊은 분석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변화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 재무부는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중앙은행은 토론할 가치가 없는 일이라며 상황을 종료해선 안 된다. 그것은 마치 아이를 돌보는 유모가 본인이 무조건 더 잘 안다는 전제하에 아이의 생각을 묻지 않는 것과 같다. 방청소를 강요한다고 10대 청소년이 따르지 않듯이, 의원과 은행원도 일방적인 지시를 이행할 리 없다.

◆ Keyword
자기자본
기업의 자산총액으로부터 부채총액을 차감한 순자산액. 일반적으로 기업의 소유주나 주주의 투자와 기업활동의 결과로 나타는 순이익으로 자기자본, 순자산액 또는 자본이라고 한다.

하워드 데이비스 전 런던정경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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