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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복지온돌방]"마우스 클릭 한번이 청소년 생명 구하죠" 자살 정보 사냥꾼 고교 교사 한승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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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째 인터넷 자살 유해정보 모니터링

공로 인정받아 자살예방의 날 표창

실시간 동반자살자 찾는 트윗 문제 심각

신고한 글·사이트 삭제·차단 될때 보람

"포털이 적극개입, 가정이 보호막 돼야"

"1000만 네티즌 클릭 한번이 1000만 정보 삭제"

중앙일보

복지온돌방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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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청소년들이 '죽고 싶다, 수면제 구하는 법 알려달라'는 글을 올리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제 마우스 클릭 하나하나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소명의식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양평고등학교의 진로진학 상담 교사인 한승배(53)씨는 틈만 나면 인터넷으로 '자살'과 관련한 검색어를 입력한다. 온라인에 난무하는 각종 자살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포털·일반사이트, SNS 곳곳에는 ‘동반자살 모집, 독극물 판매, 자살방법, 죽는 방법, 자해 사진’ 같은 내용의 자살 관련 유해 정보가 떠돌아다닌다. 그는 찾아낸 유해 정보를 파일로 정리한 뒤 이를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보낸다. 그가 신고한 자살 관련 게시물이나 사이트는 삭제되거나 차단된다. 한씨는 이렇게 16년간 자살 유해정보를 모니터링한 공로를 인정받아 8일 열린 자살 예방의 날(9월 10일)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한씨는 "한두 개 단어만 검색해도 동반 자살 정보가 오가고 자살 관련 동영상이 검색된다"며 "포털사이트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유해정보를 필터링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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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동안 온라인에서 자살 관련 유해 정보를 모니터링한 고등학교 교사 한승배씨. [사진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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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16년간 청소년 자살 관련 게시물을 찾아내면서 알게 된 건 많은 원인이 가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는 "화목한 가정은 어린 청소년의 생명을 지키는 첫 번째 보호막이다. 부모 등 기성세대가 먼저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티즌의 참여도 당부했다. 한씨는 "100만명의 클릭 한 번으로 인터넷 공간의 100만개 자살 유해정보를 몰아낼 수 있다. 1000만 네티즌의 관심과 클릭 한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한씨와의 일문일답.



Q : 자살 유해 정보 신고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A : 2001년에 용인의 모 고등학교에 재직 중이었는데 옆 반 여학생 아이가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30대 남자 회사원과 대구에 사는 여고생과 셋이서 동반 투신자살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빠른 속도로 인터넷이 활성화되는 시기였다.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간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특히 그 여학생은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했던 아이라서 더 가슴이 아팠다. 그 사건을 계기로 정보화의 부정적인 기능을 예방하기 위해 자살 유해 정보 신고 활동을 시작했다.


Q : 16년동안 활동을 이어온 원동력은.



A :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로서 나이 어린 청소년이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인터넷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는 유해한 정보가 넘쳐난다. 시간날때마다 자살을 비롯해 각종 청소년 유해정보를 찾아내 신고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16년을 이어온 건 소명의식이었다. 내 마우스 클릭 하나하나가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마음이 활동을 지속한 원동력이다.


Q : 사이버상에 자살 관련 유해정보가 심각한가.



A : 정말 심각하다. 조금만 검색해도 너무 많은 관련 정보가 넘친다. 연령대도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에 걸쳐 관련 정보를 올리고, 또 찾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최근에는 SNS의 자살 관련 유해정보가 심각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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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창철이 주관한 우수 누리캅스 시상식에서 수상한 한승배(오른쪽에서 두번째)씨. 누리캅스는 경찰청이 운영하는 인터넷 유해정보 모니터링 자원봉사 활동이다. [사진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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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최근에 더 문제되는 유해정보가 있나.



A : 실시간으로 자살 관련 유해정보가 공유되는 트위터 공간이다. 특히 동반자살자를 찾는 트윗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것을 볼 때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느낀다. 그러나 국내 회사가 아니고 미국 회사라서 여러 절차상 유해 정보가 쉽게 사라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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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배씨는 선플 SNS 기자단을 운영하는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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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학교 현장에서는 청소년 자살 문제를 어떻게 다루나.



A : 자살예방 주간 운영이나 생명존중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하지만 자칫 모르던 지식도 알게 되는 기회가 된다. 이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인터넷 공간에 청소년과 관련한 각종 자살 유해정보가 많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 모니터링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A : 모니터링했던 사이트나 게시판을 나중에 접속했을 때 차단됐음을 알리는 화면이 뜨는 순간이다. 그 순간에 작은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Q : 유해정보를 모니터링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A : 모니터링을 하다보면 청소년이 올리는 유해 정보가 많다. 특히 초등학생이 올린 자살 관련 유해정보를 볼 때 안타깝다. 자살 방법을 질문한다든지, 약을 구한다든지, 신체를 자해한 섬뜩한 사진을 아무렇지도 않게 올리는 초등학생이 많다. 가정·학교에서 관련 교육이 꼭 필요하다.


Q : 자살 유해정보 모니터링에 일반인이 쉽게 참여할 수 있나.



A :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연락하면 된다. 모니터링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또 모니터링과 관련한 각종 자료도 많다. 인터넷 공간에 넘쳐나는 자살 유해정보를 추방하려면 더 많은 사람이 모니터링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Q : 목표가 있다면.



A : 여력이 되는 한 끝까지 모니터링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내 작은 활동 하나하나가 타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보람된 활동이므로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 갈 예정이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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