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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김동환의 일요세상] 아파트 내 말리는 고추로 '옥신각신'…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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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로 경북 경주시를 다녀온 직장인 A(30)씨는 관광지 인근 주택가에 차를 세우다가 하마터면 주민들이 말리던 고추를 밟아버릴 뻔했다. 돗자리 앞에 차가 멈췄기 망정이지 조금만 더 움직였다면 돈까지 물어낼 수도 있었다.

A씨는 “주택가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차를 세우라고 마련된 공간에 고추를 말리니 다소 불편했다”며 “혹시라도 주인에게 원성을 들을까 얼른 관광지를 살펴보고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무렵, 내리쬐는 햇볕에 고추 말리는 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작은 말다툼이나 민원 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특히 주차공간을 차지한 고추 때문에 차 세우기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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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환풍기로 추정되는 시설 위에 누군가 자리를 펴놓고 고추를 말리고 있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말리던 고추가 주민들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관리사무소로 옮겼다는 서울의 한 아파트 안내문이 게재됐다.

해당 아파트 측은 안내문에서 “주인 한 사람은 행복…이곳을 지나는 주민들은 불편·짜증·불만”이라며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고추 주인 대신 욕먹는 죄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9월4일부터는 여러 사람의 안전한 통행과 행복을 위해 관리사무소에서 보관하겠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주민이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에는 인도 한 구석을 점령하다시피 늘어선 돗자리 위 고추 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바람에 날리지 않게 돗자리 가장자리를 벽돌을 올려놓기까지 했다.

고추 말리기에 불만을 드러내는 이들은 불편한 통행 외에 ‘냄새’도 이유로 지목한다. 고추 냄새가 올라오는 바람에 근처를 지날 때면 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람에 날린 고추가 다른 곳에 떨어져 오가는 데도 불편을 겪는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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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부 아파트는 고추 내놓기를 말리는 경비원과 주민들 사이에 숨바꼭질까지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이웃에게 방해가 되니 고추 치워달라는 말을 경비원에게 들으면, 잠시 거두는 척하다가도 경비원이 사라지면 슬그머니 바깥에 내놓는다는 이야기다.

웃을 수만은 없는 일도 벌어진다.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은 “누군가 고추를 말리려 주차장에 내놓았는데, 비가 갑자기 쏟아지는 바람에 일부 고추가 하수구로 떠내려간다” “비둘기가 고추 위에 앉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고 말했다.

반면, 여러 세대가 어울려 사는 아파트이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골집 마당에서 말리던 고추를 아파트 공터에 내놓는 것일 뿐, 밤에는 거두고 낮에만 한적한 곳에 고추를 널어놓으니 서로 이해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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