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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체이자 늪'···은행권 소송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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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가계대출 금리 2년3개월 만에 최고치 이자 부담 커져


뉴시스

모두발언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연체 1~2개월 지나면 원금에 가산금리 붙어 '이자 눈덩이'

은행 상대로 "과도한 연체이자 부당하다" 소송전도
금융당국, 연체이자 산정체계 손 본다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자영업자 A씨는 B은행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5억3000만원 가량의 대출을 받고 월 137만원씩 이자를 냈다. 사업이 잘 나갈 때는 괜찮았지만 어느 순간 이자가 밀려 석달 정도 지나고 돈을 갚으려고 보니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연체 한달까지는 원래 이자 137만원에 1만300원 정도만 더 내면 됐다. 그런데 석달째에 접어들자 기존 두달치 이자를 뺀 연체이자만 490만원 가량으로 불어났다.

연체 두달이 지나면서 '지연 배상금' 명목으로 대출 잔액 전체에 대한 약정이자와 가산금리가 붙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구한 돈으로 일부를 갚았지만 은행에서 지연 배상금을 먼저 처리하는 탓에 연체된 이자 일부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지속적으로 원금에 대한 가산금리가 매겨지자 '이자 폭탄 굴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 결국 억울함을 느낀 A씨는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출 연체이자 산정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한 가운데 은행권에서 관련 소송전이 벌어져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A씨는 주요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인 B은행을 상대로 연체이자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소송 이유는 은행의 부당한 채무변제 순서로 연체이자가 과도하게 부과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은행의 연체이자 산정체계가 그렇게 가혹한 것은 아니다"라며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최근 항소하고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A씨는 "이자를 안 갚겠다는 것이 아니고, 수준이 과도하다는 것"이라며 "앞에 밀린 이자를 먼저 처리해주지 않고, 원금에 대한 가산금리를 계속 매기니까 도저히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은행들은 채무자의 이자가 연체되면 보통 1개월 이내는 6%p, 3개월 내 7%p, 3개월 이상 8%p의 가산금리를 붙이고, 최고 15%까지 금리를 문다. 선진국인 미국(3~6%p), 영국(0~2%p), 캐나다(0%p), 독일(2.5%p) 등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지급기한 이익 상실' 전까지는 원래 이자액에 약정 이자와 보통 가산금리가 적용돼 그나마 낫지만 기한 이익이 상실되면 원금에 대해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지연 배상금'이 부과된다. 통상 일반 신용대출은 1개월, 주택담보대출은 2개월이 지나면 지연 배상금이 매겨진다. 때문에 이자 연체가 한 달만 넘어가더라도 내야하는 액수는 훌쩍 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채무자가 빚을 일부 갚더라도 은행의 채무변제가 '배상금-이자-원금' 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밀린 돈을 완전히 갚지 않는 이상 연체된 이자 일부는 남는 악순환까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채무자들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배상금을 갚느라 이자 근처에도 못가고 신용 불량자로까지 내몰릴 우려가 높다.

은행들이 대출 연체이자를 매기는 근거로 삼는 '여신거래 기본약관'이 채무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적용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이자 전부를 갚을 금액이 일부 부족하다고 해서 계속 원금에 대해 지연배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금융 소비자의 허리를 휘게 하는 가혹한 부담"이라며 "채무자들의 신용 악화까지 불러일으켜 불이익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연체이자 산정방식을 손보겠다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가격 산정방식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충분한 설명없이 각종 비용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며 연체 가산금리 인하 의지를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지난 2015년 연체 가산금리를 평균 1~2%p 내린 이후로는 인하 움직임이 없었다.

은행들의 연체금 변제 순서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지연배상금 산정체계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만약 채권자와 채무자간 협의를 전제로 원금을 우선 변제하도록 하면 연체자의 과다 채무 경감과 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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