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병든 대동맥 판막을 수술 없이 치료한다. 대퇴동맥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 덕분이다.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은 대퇴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삽입한 뒤 이 관을 통해 미리 잘 접힌 인공판막을 좁아진 대동맥 판막까지 운반하고 나서 확장시켜 장착하는 방법이다. 간단한 전신마취나 수면 마취 아래 시술하고, 성공적으로 시술하고 나면 약 2~3일 후 퇴원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치료의 효과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던 초기에는 주로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수술 위험이 매우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이 이뤄졌다. 하지만 많은 임상연구를 통해 안정성이 입증되고 수술과 비슷한 수준의 효과를 보이면서 시술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대동맥 판막은 좌심실이 수축해 온몸으로 피를 보낼 때 열리고, 또 좌심실이 확장해 폐에서 산소를 머금은 피를 빨아들일 때 닫히면서 좌심실에서 방출된 혈액이 역류하지 않게 해준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판막이 좁아져서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게 되는 상황이다. 이때 좌심실은 혈액을 분출하기 위해 힘들게 수축해야 해 점점 비대해진다. 전신으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해 심부전·협심증·실신 등의 양상을 보이다가 환자는 결국 사망하게 된다. 이런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의 경우 병든 판막을 대체하지 않으면 2년 내 사망할 확률이 50%에 이른다.
평소 건강하던 82세 할머니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병원에 온 적이 있다. 환자는 심한 대동맥 판막 협착증으로 인해 심 기능이 저하돼 있었고, 심장이 붓고 폐에 물이 차 있었다. 수술에 따른 위험이 클 것으로 판단돼 약물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보기로 했다.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 후 다소 호전돼 퇴원했으나
2주 만에 다시 심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로 내원했다. 이러한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던 중 환자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물론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이 활발해지기 전 얘기다. 지금은 이런 환자들이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통해 안전하게 시술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사례가 많다.
고비용에 따른 의료·사회적 부담 증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인공판막 내구성에 대한 증명이 이 시술이 갖고 있는 숙제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면 결국 수술적 판막 치환술을 대체하게 되고 이 시술을 받을 수 없는 환자가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수술을 받고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흉터 없이 질적으로도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열망인지라 이러한 대세는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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