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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북한 재벌도 문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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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정부와 밀착해 사업영역 확장하는 북한 대기업

한겨레21

비아북 제공


내가 공저자로 참여한 북한 관련 책이 한국에서도 곧 출간된다(왼쪽 사진). 영국에선 2년 전에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출판사를 찾기 힘들었다. 한 출판인이 그 이유를 말해줬다. “한국(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관심 없다.”

영국은 어떨까. “나, 북한에 가봤어” 딱 한마디면 갑자기 모든 사람이 나와 대화하기를 원한다. 다만 대화는 “그는 정말 정신 나간 어린애지, 그렇지?” 수준이다.

평균적인 서양인이 한 명의 북한 사람(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지칭)이 하는 일에만 관심 있다는 것, 평균적인 남한 사람은 그보다 더 북한에 관심 없다는 점은 불행한 일이다. 북한에는 2500만 명이 살고 있다. 지금 그곳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남한이 북한을 오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은 매우 많다. 간단한 예로, 북한에선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라 부르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이름이 다양하다. 그중 포장지에 든 채 대량생산되는 아이스크림을 ‘에스키모’라고 부른다. ‘에스키모’는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 요즘 평양에는 ‘황금벌’ 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이 매우 많다. 평양을 방문했을 때 황금벌 대표를 만났다. 그는 나를 만나 수제맥주 사업에 1억원을 투자받으려 애썼다. 북한 내 맥주 수요·공급 분석 데이터가 포함된 60쪽짜리 사업계획서를 가져왔다.

이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국가 소유다. 그러나 실제는 사기업처럼 돌아간다. 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대형 사업들은 정부 공무원이 부서에 기업을 등록함으로써 시작된다. 회사가 많은 이익을 내더라도 기업주는 일부만 신고한다. 신고액은 모두 정부가 갖고 신고하지 않은 실제 이득의 대부분은 기업주가 가져간다. 보통 북한 기업인들은 수입의 30% 정도를 뇌물(보기에 따라 세금)로 지급한다. 그 돈의 일부는 정부 부처로, 일부는 그들에게 ‘보호’를 제공하는 윗선에, 또 일부는 가장 꼭대기의 지도자에게 갈 것이다.

북한 신흥 기업들은 이승만 시대의 남한 대기업을 연상시킨다. 최근 부상하는 재벌 ‘내고향’은 담배, 생리대, 스포츠 의류를 만들고 베이커리까지 운영한다. 고려항공은 더 이상 항공사에 머물지 않는다. 콜라를 생산하고 택시업을 한다. 다만 이들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 이후의 남한 기업처럼 수출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수입 대체재와 매우 끈끈하고도 부패한 정부의 밀착이다.

‘30% 세금 룰’은 ‘낮은 단계의 시장 행위’에서도 공히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는 여전히 북한을 공산주의 국가로 본다. 그러나 북한은 신흥 자본주의적 특징을 지닌 봉건군주제 국가다. 사회주의자이자 북한 전문가인 내 친구는 북한이 제대로 자본주의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마르크스는 말했다. 봉건제 이후 자본주의가 온다고. 사회주의는 그다음이다.

전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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