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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짐인가 집인가, 삼인가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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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진짜 집’ 선택한 이들의 주거실험 <3평 집도 괜찮아!>

한겨레21

사고실험. 광속으로 달리는 기차에서 세상을 본다면 어떻게 보일까. 만약 다음달에 남북통일이 된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내년에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된다면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의 삶은 어떻게 나아질까. 도널드 트럼프가 내일 탄핵된다면 한-미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사고실험은 끝(극단·최고·최대)까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집을 두고 하는 생각도 그러하다. 수억원을 예사로 넘나드는 집값, 짜장 진짜일까 어안이 벙벙할 때가 있는 집값. 내 집 마련, 어찌해야 하나. 여기 야도카리가 소개하는 실험이 있다. <3평 집도 괜찮아!>(즐거운상상 펴냄). 야도카리(yadokari.net)는 작거나(타이니 하우스) 이동할 수 있는 집(모바일 하우스) 등 새로운 주거 방식을 소개하는 ‘미래거주방법회의’를 운영하는 회사다. ‘창립 선언문’ 격인 글에 이들의 생각이 잘 담겨 있다.

“인생은 크리에이티브다. 우리에게는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따를 용기가 있는가? 더 많은 사람과 유대관계를 맺고 싶다. 더 많은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 더 많은 세상을 여행하고 싶다. 나를 더 많이 믿고 싶다. 우리는 굳어버린 몸과 마음을 깨부수고 내일을 만들어갈 힘을 품고 있는 아티스트다. 당신은 어떤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가? 후회 없는 지금을, 순간을.”

내 집 마련이라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스스로 ‘삶의 근저당’을 설정하는 어리석음을 버리겠다는 선언이다. 책은 주거 실험에 나선(응당 사고실험의 결과로) 다섯 사람의 ‘최소주의자’(미니멀리스트)를 소개한다. 백마디 말보다 더 선명한 사진도 두루 실어 독자가 그들의 삶을 더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들은 집을 버리고 트레일러에서 살거나, 3평(10m²)짜리 집을 직접 설계해 짓거나, 내처 집도 물건도 없이 매일 여행하듯 살아간다. 괜찮을까? “본심과 전혀 다른 삶을 살면서 핑계를 대기보다 타인의 눈에 다소 생소해 보여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게 즐거운 법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날마다 퉁탕거리면서도 즐겁게 살고 있다.”

그리 살아도, 정말 괜찮을까? “이 책에서 소개한 사람들의 생활은 어떤 의미에서는 극단적인 것이어서 흉내 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 바깥에는 다른 삶의 방식도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면,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을까.”

삼과 삶. 삼은 사다의 이름꼴(명사형), 삶은 살다에서 나온 이름씨(명사). 우리에게 집은 무엇인가. 사는(구매하는) 것인가, 사는(생활하는) 곳인가. 야도카리가 소개하는 5명의 주거 실험은 신용카드 대금 청구서를 잠시 방바닥에 던져두고 ‘사고실험’을 해보도록 안내한다. ‘집’이 ‘짐’이 되어선 곤란하지 않겠는가. 시인 폴 발레리가 말하지 않았던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전진식 <한겨레> 교열팀장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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