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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스토이렌탈러 BMW 한국 R&D 센터 이사…"현대차는 물론 누구와도 협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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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 위성 R&D센터를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이 BMW그룹의 중요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BMW의 많은 차가 한국의 도로 위를 누비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다양한 첨단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많은 한국은 BMW의 미래 전략에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한국 R&D 센터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전도유망한 기술을 찾아 본국인 독일에 소개하는 것으로, 이미 몇 개의 주요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이 바다를 건너 독일에 전해졌다. 또한 한국에 최적화된 IT 관련 기능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일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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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현재 15명이 일하고 있다. 또 10대의 새 기술을 담은 시험차를 한국에서 운영한다. 이 숫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센터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마틴 스토이렌탈러 이사(프로덕트 개발 매니저)를 만나 한국 R&D 센터와 BMW의 미래차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 한국시장 매우 중요…한국 기술 알리고, 새 기술 들여오는 것이 센터의 역할

─BMW 한국 R&D 센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의 주된 임무 중 하나는 새로운 기술을 한국에서 찾아 독일 본사 쪽에 소개하는 것이다. 한국은 기술이 발달한 나라로 여러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잠재력은 물론이고, 시장성도 높은 국가로 우리는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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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어떤 기술 소개됐나.

"기술 계약 관계상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 한국전자부품연구원(KETI)가 개발한 열관련 기술이 대표적이다. 또 터치 인터페이스 등이 있다. 우리가 직접 기업과 만나는 경우도 있고, 제안을 받을 때도 있다. 아주 최근에는 '미래의 인테리어'라는 실내 디자인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한국의 여러 회사와 만나 인테리어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 기술들이 향후 BMW 차량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

─상식적으로는 그 정도의 역할이면 굳이 한국에 R&D 센터를 세울 이유가 없는 것 같다.

"한국에 R&D 센터가 당연히 설치돼야 하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한국이 가지고 있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인프라에 주목했다. 예를 들면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나 텔레매틱스, 보이스 컨트롤, LTE 통신 등이다. 이런 특정 기술이 들어간 BMW 제품의 한국 시장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존재한다. 어쨌든 한국은 그룹에 있어 주요 시장이고,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 또 하나는 우리는 부품협력사를 찾아야 한다. 대표적인게 한국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다. 한국 기업이 보유한 내비게이션 기술은 세계 어디에 갖다 놓아도 경쟁력이 높다."

─계속 강조하고는 있지만 그만큼 한국이 중요하다는 건가.

"한국에는 몇가지 독특한 부분들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고, 이를 독일 본사에 보고하면 요구가 반영돼 한국에 적합하게 제품이 개발된다. 말 그대로 고객만족을 위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다. 계속 내비게이션을 예로 들면 한국에는 다른나라에 없는 '유턴'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유턴'을 우리 내비게이션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동시에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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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떤 첨단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규제 때문이다. 이런 문제도 한국 R&D 센터가 해결하나.

"리모트 컨트롤 파킹이라는 기술이 우리의 애를 아주 먹인 것 중 하나다. 전파 인증 때문이다. 이런 기술의 적용 여부에 대해 이슈가 발생하면 우리는 독일 본사와 한국 정부 당국의 인증 기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센터 설립 초기에는 독일에서 개발한 기술이 한국 규제와 맞지 않아 고생했다. 만약에 문제가 생길 부분이 있으면 우리는 본사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 적용 이전에 규제 정보를 알리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한국 R&D 센터의 성과는 어떤 것이 있었나.

"앞서 말한 리모트 컨트롤 파킹 시스템이 있었고, SK텔레콤과 공동으로 펼쳤던 5G 커넥티드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또 7시리즈 고객을 위한 컨시어지 서비스와 LTE 텔레매틱스의 적용 등 너무 많아 셀 수가 없다. 나는 2014년 9월부터 업무를 시작했는데, 처음 왔을 때 겨우 3명으로 3대의 테스트카를 운영했다. 지금은 15명이 10대의 테스트카를 굴린다. 앞으로 한국에 필요한 테스트나 업무가 더욱 늘어날 것이 뻔해 공격적인 인원 확충과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 R&D 센터가 제안하거나 개발을 주도한 기술이 다른 해외 사업장에 활용된 사례가 있나.

"우리가 제안하는 기술은 특정 시장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글로벌 전체를 포괄적으로 생각해 기술을 찾아내는 것인데, 열 관련 기술이 그런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역사가 짧은 조직이어서 본사에 보고한 정보도 적은 편이다. 제품 하나를 양산한다는 건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직 우리가 제안한 기술들이 제품에 적용된 사례는 없다. 최소 100만대 정도에는 들어갈 수 있는 기술이어야만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자동차 제조사 단순 제조 시대는 끝나…자율주행차 협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

─앞으로 100년을 이끌어갈 기술로 BMW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꼽는데, 다른 브랜드와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

"전기차는 이사회 결정으로 올해 글로벌 10만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 모델과 순수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다. BMW의 전기차가 다른 브랜드보다 독특한 지점은 생산 전반에 있어 환경을 생각했다는 부분이다. 패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를 내장에 사용하는가 하면, 베어도 금방 자라나는 대나무를 이용해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i3를 생산하는 미국 공장의 경우는 시설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를 수력발전을 통해 얻고 있고,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은 풍력발전에 의한 전기를 생산에 활용한다. 단순하게 전기차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니 친환경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제품 사이클 전체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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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은 2020년 상용화가 목표다. BMW그룹이 가진 4개의 브랜드가 모두 다른 방향성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이륜차 브랜드 모토라드는 완벽한 안전을 추구한다. 롤스로이스는 편안함의 극대화가 기술 지향점이다. BMW는 어떤 상황과 마주쳐도 100% 통제가 가능한 자율주행을 원하고, 미니는 여행의 동반자가 콘셉트다."

─운전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BMW에서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차를 만드는 건 모순 아닌가.

"기술적으로 자율주행은 고속도로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 운전을 할 때는 당연히 운전자가 차를 통제해야 하고, 여기서 운전의 재미가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BMW는 운전의 즐거움을 브랜드 모토로 갖고 있고, 자율주행은 순전히 고객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율주행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다시 말해 운전자의 통제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어떻게 재미있게 움직이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

─BMW가 주도하는 자율주행 동맹이 꽤 인상적인데,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다면 현대차와의 가능성도 열려있나.

"자율주행 관련해서는 단일 기업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 때문에 여러 회사가 오픈 플랫폼 위에서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BMW의 기본 방침이다. 기술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법률, 교통, 보험 등 자율주행에 따른 방대한 영역의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서다. 그건 하나의 회사가 해결하기 힘든 성질의 것이다. 현대차를 특정할 순 없지만 협업에 대해서 BMW는 늘 열려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만약에 파트너십을 맺는다면 현대차 역시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최근의 자동차 제조사는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벗어나 서비스 기업으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BMW의 카셰어링 서비스 '드라이브나우(DriveNow)'는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만날 날이 올까.

"이제 자동차 회사는 단순 자동차 제조가 아닌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런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서비스는 BMW 자체 방식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서비스와의 연계도 충분히 검토하고 있으며, 모두에게 열려있다. 한국 R&D 센터는 BMW의 서비스가 한국에서도 구현될 수 있도록 현지 최적화를 추구하는 등 역할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드라이브나우 같은 서비스는 단순하게 차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차의 전반적인 상태나 위치, 이용자가 어떤 용도로 어떤 시간에 사용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 드라이브나우의 기술적인 영역은 본사가 맡겠지만, 만약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이나 지원은 모두 한국 R&D 센터가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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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R&D 센터의 장기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는 한국의 잠재력이 높다는 것과, 글로벌 내에서도 판매량이 높고, 중요 IT 기술이 발전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그것에 맞춰 정책 전반을 결정하고 있으나, 정치나 환경적인 문제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IT조선 박진우 기자 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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