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겸 황치석 화백이 수조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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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대형 거북선과 판옥선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배 548척이 눈앞에서 장관을 이룬다. 가로 116㎝, 세로 496㎝ 크기의 궁중기록화. 전라·경상·충청 수사속 장졸만 3만6009명이 등장한다. 상단에는 배에 실린 증향미가 8만9398석에 이른다는 기록이 표기됐다.
조선후기 3도 수군이 집결한 모습을 담은 '수조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궁중기록화다. 수군조련도(水軍調練圖) 또는 해진도, 포진도로 불린다. 정조대왕이 수군 군사훈련장면을 그림으로 남기게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수군 편제는 각 전선의 깃발까지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군조련도 10폭(2016) 116X496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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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겸 황치석 화백(56·조선왕조문화예술교육연구소 소장)은 훌륭하고 장대한 광경을 10폭 속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모본은 주한 미대사관저 수조도(파인 송규태作·1975년). 보다 정교한 재현을 위해 문헌연구와 현장답사는 물론 전문가 자문, 학술교류 등을 거쳤다. 오방색의 원리에 부합하게 배색하고, 전국 여러 박물관의 수조도를 모두 비교해 종합했다. 작업에는 2년6개월이 걸렸다.
황 화백은 "이순신 장군의 백전백승 정신까지 담으려고 서거 일에 노량 앞바다에서 찬바람을 맞기도 했다. 현충사, 생가, 묘소 등을 찾아다니며 참배했다"고 했다. 그는 국산 닥지 위에 옻칠을 하고 먹선으로 힘차게 밑그림을 그렸다. "석채(돌가루)와 아교를 적절하게 배합해 채색했다. 돌가루는 발색이 굉장히 화려하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오래 보존된다. 궁중 기록을 봐도 이 경우 석채를 사용한다. 식물줄기, 벌레에서 얻은 안료도 쓴다."
수조도는 궁중회화의 한 부분으로 의례와 풍속,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특정 사건은 물론 인물, 의상, 건축 양식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흔히 역사화(歷史畵)라고 한다. 후대 본보기로 남기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철저한 규범과 당대 정신문화를 엿볼 수 있다.
황 화백은 1990년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산수도, 책가도와 같은 전통회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본격적으로 궁중기록화의 매력에 빠진 건 2005년. 경복궁에서 열린 친잠례 재현행사에 혜경궁으로 참여하면서 조선왕조의궤와 궁중문화에 심취했다. 2009년부터는 한국 전통 민화계의 원로인 송규태 선생(83)으로부터 궁중화의 전통기법을 전수받았다.
연희당 진찬도(2017) 60X37.5cm |
그는 뉴욕 한국문화원의 '한국문화의 날' 특별 초청전에서 전시 '조선왕조의궤를 열다'를 선보여 현지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황 화백은 "현장의 열기가 뜨겁다. 조선왕조의 궁중기록화가 해외에서 한국문화를 대변하는 독창적 예술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전시가 그간의 과정과 세월의 흔적을 돌아보는 즐거움이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창조적인 예술가보다 장인 정신으로 아름다운 전통을 계승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에서 문을 연 황 화백의 초대전 '조선 화원, 꽃피우다'는 내달 10일까지 이어진다. 20년 이상 꾸준히 작업해온 조선왕조 의궤와 궁중기록화를 비롯해 전통 민화, 창작품 등 50여 점을 소개한다.
윤겸 황치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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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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