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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택시운전사 송강호 “‘도리’ 알아야 아픈 역사 반복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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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덜도 우리들한테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재식(류준열)의 말은 5.18 사태를 바라보는 당시 사람들의 황망함과 비통한 분노를 공통적으로 설명해준다. 개봉 13일째(8월14일, 한국영화통합전산망)에 800만 명의 관객을 동원, 올해 개봉작 중 최단기간에 최대관객수를 돌파한 <택시운전사>는 15일째 600만 관객을 돌파했던 <변호인>보다 약 일주일 가량 기록을 앞서며,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있다. 5.18 광주를 취재하러 온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간 택시기사 김사복(가명) 씨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택시운전사>에서 ‘김만섭’ 기사 역을 맡은 송강호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택시운전사>를 소개했다.

시티라이프

“광주? 돈 워리, 돈 워리! 아임 베스트 드라이버~”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은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다.

어떻게든 택시비를 받아야 하는 만섭의 기지로 검문을 뚫고 겨우 들어선 광주. 위험하니 서울로 돌아가자는 만섭의 만류에도 피터는 대학생 재식(류준열)과 황기사(유해진)의 도움 속에 촬영을 시작한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만섭은 집에 혼자 있을 딸 걱정에 점차 초조해지는데….

<택시운전사>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외

처음엔 캐스팅 거절을 했다고 들었다. 너무 아픈 현대사, 큰 역사의 한 부분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있었다. 나쁜 부담감이 아니라, 건강한 부담감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변호인> 때처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이야기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점점 더 커졌다. 가슴 속 뜨거움, 열망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결국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효자동 이발사><변호인><밀정> 그리고 이번 <택시운전사>까지 근현대사 시대극을 계속해왔는데.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면서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시대극이 현대물보다는 에너지가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다. 그러나 특별히 배우들이 마음이나 다른 태도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대사에서 참 아픈 비극을 그리기보다, 희망적이고 좀 더 진취적인 느낌의 영화로 완성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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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만의 차별점은?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는 대사가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이유도 가장 기본적인 택시 기사로서의 ‘도리’, 인간으로서의 ‘도리’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기본적인 도리가 상실됐기 때문에 아픈 역사가 생겨난 것 같다.

영화 삽입곡 수락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조용필 씨가 송강호 캐스팅 이야기를 듣고 ‘단발머리’ 삽입을 허락했다고 들었다. 내가 아니라 시나리오를 보고 허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극중 노래는 당시 분위기로 관객을 데려가는 수단이고, 한국 영화에서 명곡들이 신나게 흘러나오는 장면이 팬으로서도 반갑다.

1980년대를 극중에서 살아봤는데, 그전에 광주에 대해 지니고 있던 느낌과 바뀐 것이 있나?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라디오에서 ‘폭도들을 진압했다’는 뉴스를 듣고, ‘휴, 다행이다’ 생각하고 홀가분하게 학교에 갔다. 그만큼 눈과 귀를 막았던 시기였다. 광주 사태 피해자 분들의 고통을 어떻게 다 알겠나. 그럼에도, 무거운 마음으로 마음의 빚을 덜기 위해 진정성 있게 담고자 노력했다.

<밀정><사도><변호인>은 모두 검증된 실존 인물이 있었지만 ‘김사복’이라고 알려진 택시 기사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었는데. 그는 당시 10만원이라는 거금을 준다는 조건 때문에 독일 기자를 태우고 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가 광주의 비극을 목도하고, 끝까지 동행했던 그 마음은 ‘만섭’과 똑같았을 것 같다.

감정과 정서를 느끼는 포인트와 타이밍이 다른 배우들과 달랐던 것 같다. 어떻게 감정 이입을 한 건가?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을 생각했다. ‘김만섭’은 거창한 정치적인 이념과 사회적인 발언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무엇이 중요한가를 생각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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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원티드><킹콩><어벤저스>에 출연했던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과의 호흡은 어땠나. 워낙 세계 각지에서 촬영하는 배우이다 보니, 한국을 생소하게 여기진 않았다. 6개월 내내 세트 없이 야외에서 촬영하느라 폭염으로 고생했는데 오히려 우리를 더 배려하더라. <설국열차> 때는 단체로 있거나, 도망 다니는 신이 많았는데, 택시 안에 두 사람 타고 있으니까, 어색한 침묵도 있고. 간단한 영어는 하지만, 긴 대화는 서로가 피곤만 주니까(웃음).

장훈 감독과는 <의형제>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인데 어땠나? 워낙 현장에서 차분하고 말수가 적지만, <의형제> 때부터 무언의 동질감을 늘 느꼈던 것 같다. 정확하게 작품의 본질을 꿰뚫는 것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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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어떤 영화가 됐으면 좋겠나? <택시운전사>는 당시 광주의 군경과 우리 광주 시민 모두, 모든 희생자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광주의 아픔을 되새기자’가 아니라, ‘그 아픔 속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묻는, 그분들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제공 ㈜쇼박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93호 (17.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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