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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블랙뤼미에르의 영화 뒤집기] `청년경찰` 잘났든 못났든, 청춘은 그 자체로 그 자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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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청년경찰>은 재미있는 영화이다. 물론 영화는 보는 재미도 있지만 청춘의 성장, 경찰과 조폭, 두 남자의 케미, 액션과 코믹 그리고 독특하게도 날것의 청년 문화와 규격화되고 경직된 기성 문화 등을 모두 담아낸, 의외로 큰 그릇의 용량도 재미있다. 특히 관객과 제작자 모두가 애정하는 박서준, 강하늘이라는 두 배우의 합은 이 영화의 진짜 재미이다.

시티라이프

‘학생’ 신분에는 특혜가 있다. 배우는 단계라는 인식으로 조금은 어설프고, 능숙치 않아 저지르게 되는 실수와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아직은 따뜻하고 관용적이다. 반면, 학생이기에 사회의 독립적 개체로서 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에 제약도 있다. 신분, 숙련도, 자격 등에서 미완의 단계로 보는 것이다. 여기 <청년경찰>은 이 두 시선 사이의 틈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주인공은 경찰대 학생들.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은 ‘등록금 싼 곳을 찾아서’ 혹은 ‘우리 사회의 신분상승 공식 사다리가 지겨워서’ 경찰대에 입학한다. 공부만 빼고 매사 의욕 충만에 솟구쳐 오르는 혈기를 주체 못하는 기준과, 사회를, 세상을 책으로만 배운 이론 백단 희열은 어울릴 수 없는 성격. 그러나 두 사람은 배식판 앞에서 단순하게도 ‘고기, 육식’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절친’이 된다.

즐겁고 짜릿한 시간을 기대하며 드디어 외출을 나온 두 사람. 그들은 우연히 짜릿은 하지만 결코 즐겁지 않은 납치 사건을 목격한다. 기준과 희열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지체 없이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현실은 교과서가 아니다. 찬물에도 위아래가 있듯 사건에도 해결 순서가 있는 것. 게다가 수사 착수에 필요한 복잡한 절차, 증거 없는 말뿐인 사건 신고로 수사는 진행될 기미가 없다. 절박한 시간이 흐르자, 기준과 희열은 직접 발로 뛰는 수사에 나선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납치 범죄에서 피해자가 살해될 확률이 가장 높은 시간인 ‘크리티컬 아워’ 기준으로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7시간. 기준과 희열은 수사의 세 가지 방법, ‘현장, 물품, 피해자’ 중심의 몸으로 때우는 수사에 돌입한다.

두 명의 경찰. 우리는 <투캅스>의 전례에서 버디무비의 전개를 예상할 수 있지만 이 영화, 의외의 요소가 많다. 우선 기준과 희열이 경찰도, 민간인도 아닌 애매한 신분으로 인해 부딪치는 거대한 벽이다. 기막히게도 이 벽들은 공공의 안녕과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보다는 관리와 통제가 용이한 질서 유지를 위해, 혹은 기득권과 조직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기득권 기성세대의 자기보호 장벽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교범을 충실히 따르는 ‘범생’이 될지, 아니면 제도와 규제보다 더 급하고 귀한 ‘인간의 생명’에 방점을 두게 될 ‘사고뭉치’가 될 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이 부분은 지휘소와 현장에서 느끼는 위급의 온도 차이에서 우리 사회가 그동안 저지른 ‘범죄 같은 실수’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꼬집는다. 또 하나는 두 사람이 겪어내는 좌충우돌 현장에서의 배움이다. 매 순간 끊임없이 위기가 밀려오고 그때마다 기준과 희열은 자신의 성격대로, 혹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선택한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아닌 상황을 더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궁극에는 그 자체가 배움이고 성장이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메시지는 훌륭하게 관객에게 전달된다. 중심은 두 열혈배우 박서준과 강하늘이다. 대세로 떠오른 박서준은 드라마 <쌈 마이웨이> 고동만의 변주 같은 연기로, 강하늘은 <동주>, <재심>으로 충무로가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한 연기로, 그야말로 육박전을 벌인다. 뛰고, 또 달리고, 코미디에 액션에, 섬세한 캐릭터 연기까지, 각자의 몫은 물론 브로맨스의 무한값을 보여준다. 아마도 박서준에게는 그가 ‘로코킹’에서 ‘믿음직한 연기자로 자리매김’하는 변곡점을, 강하늘에게는 이 영화 출연이 그동안 그가 보여준 수많은 미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올 여름, <군함도>로 포문을 열고 <택시운전사>가 이어받은 블록버스터 전쟁에 <청년경찰>은 의외의 복병이 될 것 같다. 세련미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영화 제목조차 영화를 보는 순간 학생, 청년, 20대, 사회 초년생들의 실수담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열정과 패기’ 그리고 ‘순수함’으로 미화된다. 전작 <코알라>에서 코믹터치로 ‘꽐라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줘 충무로 메이저리거로 급상승한 김주환 감독의 연출력은 앞으로도 주목 대상이다.

전체 극을 이끄는 것은 유머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아마도 두 배우와 이야기가 뿜어내는 속도와 에너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빈틈이 잘 보이지 않고, 이야기의 전반과 후반이 대별되지만 동떨어져 이질감을 주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청년경찰>은 캐릭터 밖의 실제 인물 박서준, 강하늘처럼 깔끔하고 편하다.

[글 블랙뤼미에르(필름스토커) 사진 영화 <청년경찰>]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93호 (17.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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