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페인 도착 이주자, 8385명으로 작년의 2배
21일(현지시간) 엘파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스페인에 거주하는 모로코 출신 인구는 전체 외국인 455만명 중 16.4%다. 2003년 6% 수준에서 점점 늘어 가장 큰 이주민 공동체가 됐다.
북아프리카 무슬림들이 나무배를 타고 스페인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최근 2~3년 새 위기를 겪은 다른 유럽보다 오랜 난민의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당시에도 일자리를 찾아,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모로코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난과 내전을 겪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로 탈출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스페인으로 온 난민은 2006년 4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페인은 앞서 불법이민 행렬을 겪은 뒤 모로코 등과 협력해 (난민)흐름을 줄이는 노력을 해왔고, 전반적으로 효과를 봤다”면서 “그러나 상황이 변한 것은 지난해 10월 모로코 국내 정세가 급변하면서다”라고 보도했다.
2011년 ‘아랍의 봄’도 비켜갔던 모로코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촉발된 시점이다. 북부 알호세이마에서 시작된 과격시위는 카사블랑카와 수도 라바트 등지로 옮아갔고, 올해부턴 지역에 병원과 교육 등 인프라 확충과 일자리 창출 정책, 정치범 석방 등의 요구로 이어졌다.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은 지난달 30일 즉위 18주년을 맞아 반정부 시위로 체포된 65명을 사면하기도 했으나 시위 도중 돌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던 22세 청년이 지난 8일 사망하면서 정부의 탄압조치에 대한 반발은 더 커진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8일 미국 외교정책연구원(FPRI)의 비쉬 삭티벨 연구원 기고를 통해 이 같은 분위기가 성역이었던 왕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삭티벨 연구원은 “군주제의 신성함, 비대한 정부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 혼란에 대한 두려움으로 균형을 맞췄던 모로코 정세의 핵심 요소들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모로코의 불안정한 정세는 최근 지중해를 통한 난민 유입을 막으려는 유럽의 움직임과 맞물려 스페인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바다를 통해 스페인에 도착한 이주자는 83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다.
반면 지난해 16만명이 도착한 그리스는 올해 1만2000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새 거점이 된 이탈리아는 올해 바닷길로 9만7000명이 들어와 이미 지난해 수준(10만명)까지 근접해 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가 지중해에서 구호단체들이 벌이는 구조활동 단속에 나서면서,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닿는 루트를 선택하는 난민과 인신매매 조직들이 늘어난 것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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