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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또 충돌사고 낸 '北미사일 방어' 美이지스함…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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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사고, 두 달 만에 두번째…항해 까다로운 해역·부주의 등 가능성

미 해군 대대적 물갈이 관측…北미사일 방어태세 영향 줄 수도

연합뉴스

상선과 충돌사고 미 구축함 '매케인', 싱가포르항 도착
(싱가포르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동쪽 해상에서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과 충돌, 좌현 선미 부분이 파손된 채 싱가포르 창이 해군기지 밖에 도착한 미국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인 존 S. 매케인함(DDG-56). 이번 사고로 10명의 수병이 실종되고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bul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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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로 파손된 존 S. 매케인 함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 해군의 최첨단 이지스함이 두 달 만에 또 상선과 부딪혀 다수의 인명 피해를 냈다.

이번 사고는 동시에 수백 개의 목표를 탐지하는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이 어떻게 연거푸 민간 선박을 피하지 못하고 충돌하는지에 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인 존 S. 매케인함은 21일 현지시각으로 오전 5시24분께 싱가포르 동쪽 해상에서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 알닉 MC와 충돌, 수병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다쳤다.

미 언론과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최첨단 항해가 잇따르는 사고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 해군 7함대 소속 함정의 사고는 올해만 벌써 4번째다. 1월에는 좌초해 선체가 파손됐고, 5월에는 소형 어선과 충돌했다.

6월 17일에는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7명이 숨졌다. 승조원의 실수와 지휘관의 부적절한 통솔이 원인이었다.

두 달 만에 재발한 함정 충돌이라는 점에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혼잡한 해협에서라도 선박의 충돌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매케인함의 전 함장이었던 브라이언 맥그래스는 WSJ에 "충격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며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지만 붐비는 해역에서 신중하게 항행을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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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구축함, 싱가포르 인근서 상선과 충돌…10명 실종·5명 부상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존 S. 매케인'이 지난 1월 남중국해를 항해하고 있다. 미 태평양함대는 21일(현지시간) 7함대 소속 존 S. 매케인함이 싱가포르 동쪽 해상에서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 알닉MC와 충돌, 좌현 선미 부분이 파손됐으며 수병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ymarshal@yna.co.kr



사고 원인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분석은 분분하다.

우선 제기되는 가능성은 지리적 요인이다.

사고가 발생한 믈라카 해협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지리적으로 매우 혼잡해 항해가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폭이 좁은 해역은 2해리(약 3.7㎞)에 불과하다. 해적이 출몰하는 때도 있다.

일본 선장협회의 시게루 고지마는 CNN 방송에 "싱가포르에 진입하려는 선박과 이를 지나는 선박들로 인해 항상 혼잡한 곳"이라며 "통과하기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 태평양사령부 산하 합동정보센터의 책임자를 지낸 칼 슈스터는 "이런 혼잡한 해협을 지날 때는 매우 긴장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케인함은 야간 항해 시 주로 22∼24세의 젊은 승조원들이 함교 밑의 지휘본부와 감시 레이더의 도움을 받아 항해를 맡는다고 해군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유조선과의 충돌로 매케인함 안전 체인의 개별 기능들이 작동불능 상태로 변했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매케인함과 부딪힌 유조선 알닉 MC는 평상시 자동 조종 장치로 작동된다. 총 톤수는 매케인함의 약 3배인 3만t에 달한다.

유조선이 자동 조종 장치를 끄고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항로 변경을 꺼렸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유조선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좀 더 날렵하고 빠른 매케인함이 항로를 바꿨다면 충돌은 피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NN 군사 전문가 릭 프랑코나는 "많은 레이더 시스템과 통신장비를 갖춘 최첨단 해군 구축함이 어떻게 시속 10노트(약 18.5㎞/h)의 속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무게 3만t의 유조선을 발견하지 못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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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축함, 남중국해서 '항행의 자유' 작전 수행
(워싱턴 AFP=연합뉴스) 미국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존 S. 매케인'이 지난 1월 남중국해를 순찰하고 있다. 미 관리들은 10일(현지시간) 존 S. 매케인함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내에 있는 인공섬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美濟礁>) 12해리(약 22.2㎞) 이내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ymarshal@yna.co.kr



CNN은 연쇄 사고로 해군 훈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해군 지휘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단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프랑코나는 "최소 제7함대, 나아가 미 해군의 고위급 지휘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일어날 것"이라며 특히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면 4대의 이지스함이 필요한데 시기상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사고를 낸 제7함대 소속 함정 4척 모두 이지스함으로, 북한 미사일 방어 등 대비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이번 사고로 이지스 체계를 갖춘 함정 중 일본에 모항을 둔 10척 가운데 최소 2척이 작전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국제안보 전문가 유언 그레이엄은 미 해군은 북한의 위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긴장이 상존하는 민감한 시기에, 피츠제럴드함에 이어 두 번째 최전선 구축함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케인함은 이달 초 남중국해에서 이뤄진 자유의 항행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피츠제럴드는 조만간 작전에 투입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수리 중에 있다.

사고가 난 매케인함은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의원의 조부와 부친의 이름을 딴 것이다. 모두 해군 제독이었으며, 매케인 의원 역시 해군 대위였다.

매케인 의원은 사고 소식을 듣고 부인과 함께 수병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구조에 동참한 선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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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
[AP=연합뉴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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