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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인터뷰>'성폭력 끝장법 추진' 서영교 "美·英은 강간죄 공소시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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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이어 20대 국회에서 재추진… "대구 여대생 사건도 밝힐 것"

파이낸셜뉴스


1998년 10월 17일. 대구의 한 고속도로에서 18살 여대생 정 모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들은 사고현장 근처에서 정양의 속옷이 발견된 점을 들어 '성폭행 후 살해' 당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 그렇게 잊혀질 뻔했던 사건은 2011년 정양의 속옷에서 발견된 DNA가 스리랑카인 K씨의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발목을 잡았다. 특수강간의 공소시효는 10년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수강도죄를 추가해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K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년만의 진실규명이 결국 '공소시효'에 가로막힌 것이다. 이 사건은 국민적인 공분을 샀고 '성폭력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 시작했다.

서영교 의원(무소속)이 대표 발의한 일명 '성폭력 끝장법'이 재조명 받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성폭력 끝장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을 경우 성폭력의 공소시효를 배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서 의원은 대구 여대생 사건이 최근 인구에 회자되기 전인 지난 19대 국회부터 관련 법안의 입법을 추진해왔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서 의원은 "태완이법(살인죄 공소시효 폐지)과 같이 추진했었다"며 "19대 국회에서 논의는 됐지만 일부 법사위원들이 'DNA 등 과학적 증거'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반대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재차 발의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서 의원은 "지역구 어르신이 '태완이법 때와는 반응이 다르죠'라고 물으시더라"며 "(성폭력 끝장법이) 남자들을 잠재적인 적처럼 만든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절대 그렇지 않다. 못된 짓을 저지르고 DNA라는 과학적 증거가 있을 때에 법 적용을 받게 하자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법적안정성'에 대해서도 "강간, 특수강간의 공소시효 10년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입장에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억울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지적한 뒤 "성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겪는 상처와 아픔은 더 심하고 크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세계적 추세도 공소시효 폐지의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25개주가 DNA 증거 예외조항을 둬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등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일리노이주 등 5개주에서는 DNA 일치 판정이 나올 경우 범죄 행위 종료시점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기소하도록 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주 등 29개 주는 아예 강간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없고, 영국은 모든 중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 의원은 해당 법안의 국회통과는 물론, 정양의 억울한 죽음도 끝까지 파헤친다는 각오다.

그는 "현재는 스리랑카와 사법공조가 되지 않는데 가능하도록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며 "대한민국에서 나쁜 짓을 하면 끝까지 책임을 뭍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스리랑카인 3명은 모두 본국으로 추방당한 상태다.

이같은 서 의원의 공소시효 폐지 노력은 '성폭력 끝장법'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잇따른 장기미제 살인사건의 해결로 재조명되고 있는 '태완이법'도 서 의원의 끈질긴 노력의 성과다.

서 의원은 "해결되는 미제살인사건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잔인한 사건들이었다"며 "앞으로 이런 강력 사건들이 태완이법을 통해 예방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범죄자든 끝까지 쫓는다. 미제는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울러, 국민들에게 태완이법이 만들어져서 장기미제사건이 해결되는 것 처럼 법을 잘 만들면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태완이법 이후 해결된 장기미제 살인사건은 총 6건이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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