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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청와대를 가득 메운 노란물결…눈물삼킨 文대통령 "늘 기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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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세월호 피해자 가족 안아주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세월호 유가족 위로하는 문 대통령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세월호 피해가족이 무릎을 맞대고 참사의 아픔을 함께나눴다. 232명이 들어선 청와대 영빈관은 온통 세월호를 상징하는 색인 노란 물결로 넘실댔다.

문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피해가족과 유가족 등 207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했다. 후보시절부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공약한 문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차원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유가족들은 지난 2014년 5월16일 이후 3년만에 청와대를 다시 찾았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형식적인 수준의 원론적인 얘기만 들을 수 밖에 없었던 유가족들 입장에선 진정한 의미의 청와대 방문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참사 당일 뒤 1219일만에 가슴 속 한(恨)을 풀수 있게 된 셈이다.

오후 1시10분. 노란색 옷을 맞춰입은 참석자들은 속속 청와대 영빈관에 들어섰다. 반팔 티셔츠, 긴팔 점퍼 등 종류는 다양했지만 색깔만큼은 한결같이 노란색이었다. 영빈관을 가득 메운 밝은 노란색은 슬픔을 속으로 삼킨 채 태연한 척 살아가야 하는 유가족들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는 듯 했다.

유가족의 노란 티셔츠에는 '그리움, 별이되다',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유가족들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의 심경을 티셔츠에 아로새긴 채 대통령 앞에 섰다.

청와대는 행사장 뒷편에 '304명 희생된 분들을 잊지 않는 것, 국민을 책임지는 국가의 사명입니다'라는 문구를 내걸며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의 뜻을 표현했다. 연단 좌우로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 모양도 갖췄다.

본격적인 간담회가 시작 되기 전에 스크린에는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인터뷰가 흘렀다. 김씨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게 된 심경을 묻자 "너무 억울했어요. 분통이 터졌고. 지금은 너무나 감동적이죠.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었는데.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라며 말문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유가족의 슬픔을 코앞에서 바라 본 문 대통령 역시 말문을 잇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하…"라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끌어오르는 아픔을 찍어내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시울도 붉어졌고 코끝까지 빨개졌다.

문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세월호를 늘 기억하고 있었다. 미수습자들의 수습이 끝나면 세월호 가족들을 청와대로 한 번 모셔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중에 이렇게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다섯 분이 소식이 없어서 정부도 애가 탄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이3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며 "정부는 가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마지막 한 분을 찾아낼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유가족들은 사전에 준비 해온 선물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노란 보자기 안에는 액자, 약전, 보석함이 들어있었다. 약전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교사, 아르바이트생에 이야기를 소설가, 동화작가, 시인, 극작가, 기자 등으로 구성된 139명의 작가단이 희생자 가족과 친구를 인터뷰해 기록한 책이다.

문 대통령은 "풀어봐도 됩니까"라고 물었고 그 자리에서 보자기를 풀었다. 문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며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기억들을 담은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세월호 약전이다. 제가 처음 나왔을 때 페이스북에 이것을 읽을 소감을 올린 적이 있는데 다시 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 보석함을 가리키며 "우리 어머니들이 한 분 한 분 손 작업으로 직접 만든 이것은 세월호를 잊지말자는 기념품인 것 같다. 마음 잘 받겠다"고 했다.

유가족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가 세월호 참사의 과제를 해결해 나갈 제대로 된 시작을 세상에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최대의 치유와 회복을 통해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도록 국가의 태도를 바로 세우는 역사의 이정표를 반드시 세워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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