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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살충제 계란 공포 확산…김밥에 계란 대신 어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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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살충제 계란 파동에 정상 계란 마저 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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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동..다른 상품으로 채워진 계란 진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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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 김밥말고 있는 점원


마트·편의점, 계란판매 중단···환불 문의도 쇄도

제빵업계·식당 직격탄···"문 닫고 놀아야 할 판"
일상적 식재료인 만큼 주부들 불안·불만 커져

【서울=뉴시스】 이재은 유자비 기자 = "값은 좀 비싸지만 맛도, 건강에도 좋아서 아이에게 매일 계란 요리를 해줬는데 살충제라뇨. 도대체 무엇을 믿고 먹어야 하나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계란 값이 폭등한데 이어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까지 검출되자 주부들 사이에 계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를 비롯해 주요 편의점들은 지난 15일부터 모든 점포에서 계란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16일 오전 찾은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마트에는 전날까지 계란이 진열된 코너에 '당분간 계란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안내문과 함께 아몬드, 호두 등 견과류 상품이 채워져 있었다. 마트 고객센터 직원들은 계란 환불 문의 전화를 받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마트에 계란 환불을 요청하러 온 60대 주부 A씨는 "그저께 마트에서 계란 한 판을 샀는데 어제 살충제 계란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아 환불하러 왔다"면서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가족에게 살균제를 먹일 수는 없지 않나"라고 분개했다.

장을 보러 온 황순희(45·여)씨는 "뉴스를 보고 집에 있는 계란을 살펴보니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경기도 농가 번호인 '08'이 찍혀 있길래 찜찜해서 전부 폐기 처분했다"며 "당분간 계란은 먹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마트 관계자는 "어제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에 계속해서 환불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저희 마트는 살충제 계란과 관련이 없다고 공지했음에도 실제로 환불을 한 고객이 현재까지 수십여명 된다"고 전했다.

계란이 일상 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식재료인 만큼 주부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워킹맘인 장지윤(36)씨는 "AI 여파로 값이 올라도 가족들이 계란을 좋아해 매주 샀는데 이제는 살충제까지 검출됐다고 한다. 대체 정부에서 위생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과자, 빵 등 자주 먹는 식품에 계란이 전부 들어가는데 음식을 아예 안 먹을 수도 없고 어쩌라는 거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서울 종암동에 거주하는 주부 박정민(42)씨는 "보름 전에 사놓은 계란이 있는데 불안해서 우선 반찬은 안 만들었다. 아직 버리지는 않았는데 지켜볼 생각"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부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우려와 분노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가입자가 260만여명에 달하는 한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살충제 계란 관련 게시글이 500여건이 넘었다.

네이버 아이디 'bo***'은 "오늘 아침에도 계란찜 만들어서 먹었는데 알고 보니 '08'로 시작하는 달걀이더라. 홀몸도 아닌 임산부인데 혹시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쳤을까봐 너무 걱정된다"고 가슴을 졸였다.

아이디 '라몬***'도 "7살 딸이 계란을 좋아해서 자주 먹였는데 살충제 계란 보도를 접하니 걱정되고 화가 난다"며 "딸이 가끔 어지럽다고 말했는데 혹시 계란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걱정했다.

계란을 주로 사용하는 제빵업계도 울상이다.

교대역 인근 개인 빵집에서 제빵사로 근무하는 이모(56)씨는 "지금 다 문 닫고 놀아야 한다. 계란 없이는 안 되는 게 빵"이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AI 때 5000원 하던 계란이 1만원까지 뛰었다. 지금도 계란 가격이 올라 있어 헛장사"라며 "계란이 모자라면 또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함께 일하는 종업원도 계란을 많이 쓰는 '카스텔라'를 예로 들며 "달걀 가격이 오르면 아무래도 생산량을 줄이거나 신메뉴를 개발하지 않겠나. 우리는 심각하다"고 거들었다.

교대역에서 4년째 빵집을 운영하는 강모(47)씨는 "가격보다 손님들이 안 사 먹는 게 더 문제"라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한 번 더 생각하고 먹게 돼 매출 감소가 분명히 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일이 터지면 발표부터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지 해결 방안도 같이 발표해줘야 한다. 무조건 발표만 하면 누가 책임지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초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빵과 쿠키를 함께 팔고 있는 현모(42)씨는 "(전날 뉴스를 확인하고) 달걀에 '08'이 있는지부터 확인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빵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식당들 역시 계란이 들어간 요리를 팔아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날 오후 1시께 구로구에 있는 한 분식 체인점에 들어서자 김밥 재료들이 담긴 용기들이 눈에 띄었다. 가득 채워진 단무지, 햄 등 용기에 비해 계란(지단) 용기는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한진(44·여)씨는 "김밥뿐 아니라 라면, 오므라이스에도 계란이 들어간다"며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 안 그래도 조류독감 때문에 계란 가격이 싸지 않은데 상황이 이어지면 가격이 더 비싸질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종암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유철현(59)씨는 17일부터 계란 대신 어묵을 사용한다는 안내문을 내걸 계획이다. 유씨는 "어제부터 김밥이나 잔치국수 고명에 계란을 빼달라는 손님이 많다. 손님이 싫어하면 어쩔 수 없다"며 "내일부터 계란 대신 어묵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로구 칼국수 가게에서 일하는 홍모(48·여)씨는 "볶음밥에 계란이 빠지면 안 되니 상황을 봐서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음식점 운영자 이모(55·여)씨도 "하루에 계란말이가 20~30개 정도 팔린다. 다른 걸 많이 팔아야할 상황"이라며 "당장 파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나만 해도 달걀부침을 하루에 여러 개 먹는다. 먹는 걸로 (문제가) 나오니 참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lje@newsis.com
jab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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