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친고죄 조항 폐지 전…합의로 넘어가
[헤럴드경제=김진원ㆍ고도예ㆍ이유정 기자] 기간제 여교사를 송별회 해주겠다고 불러 만취하게 한 뒤 성폭행을 시도했던 교사가 10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서울시교육청과 법원 등에 따르면 2006년 1월 10일 서울 K모 공립 중학교 교사 A(39)씨는 같은 학교 기간제 교사인 피해자 B씨를 성폭행 시도한 혐의(강간치상)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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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A씨는 계약기간이 끝난 B씨를 송별회 해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불러 소주와 양주를 마셨다. 동료교사들이 모두 귀가한 뒤 A씨는 피해자가 술에 취해 쓰러져 의식이 없는 것을 보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피해자는 어렴풋하게 의식을 차려 A씨의 범행을 기억하고 이후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재판에서 A씨는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를 성폭행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만 있을 뿐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힌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강간치상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상해진단서와 피해자의 옷 사진에 따라 피해자가 상해를 입고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진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으나 A씨가 강간치상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했다. 또 성폭력 피해 상담사실 확인서 등도 피해자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에 불과해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신 A씨가 성관계를 시도한 사실, 이 과정에서 구타가 없었고 피해자도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아 반항하지 못한 사실, 피해자는 이러한 상해가 어떤 경위로 생긴지 모르고 이튿날 오후에야 귀가하고 안 사실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에 A씨를 강간치상죄로는 처벌할 수 없고, 준강간미수에만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 당시인 2006년 7월 준강간죄의 친고죄, 즉 피해자의 고소에 의해서만 처벌 가능한 규정에 따라 피해자가 A씨와 합의를 보면서 공소가 기각됐다.
이후 A씨는 교사로 복직했다. 이름을 바꾼 뒤 현재 서울에 위치한 S모 공립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중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성범죄 피해자 지원 국선전담 모 변호사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라는 것은 ‘무죄’ 혹은 ‘무혐의’ 와는 다른 것이다”며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에는 이처럼 성범죄는 저질렀으나 합의를 보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서 취업제한 규정이 신설되고 있지만 교사라는 직종에 대해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10여년 전 벌어진 사건으로 당시 법에 따라 복직한 것이며, 비록 죄를 지었던 사람이라도 사회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는 2006년 6월 처음 도입됐다. 초기에는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로, 성인대상 성범죄자의 취업제한은 2010년 4월 이후 시행됐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러한 사실 관계에 대해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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