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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3) 100살까지 살고 싶으면 '이것' 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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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절제하고 절도있는 생활하면 천수누려

현대인의 수명연장은 의술 아닌 위생 좋아진 탓

동의보감을 연구하는 한의사다. 한국 최고의 의학서로 손꼽히는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제시하는 노년의 질환에 대비하는 방안을 질환별로 연재한다. <편집자>


동의보감은 질병이 생기는 대부분의 이유를 ‘잘못된 섭생’이라 규정한다. 평소에 생활습관이 좋으면 무병장수할 것이고, 엉망이면 아플 것이란 말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던 것처럼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이미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못 지키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렇게 재미난 세상에서 동의보감식으로 건강하게 살라고 하면 그렇게 재미없는 세상이 아닐 수 없다. 먹을 것도 가려 먹어야 하고, 잠도 일찍 자야 하고, 술도 제대로 못 마시는 세상…. 뭐하러 그렇게 사나 싶은 분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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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의 '월하정인'. [사진 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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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도 맘껏 먹고 주색잡기를 즐기며 저녁 늦게까지 노는 생활이 항상 있었다. 신윤복의 ‘월하정인’ 등 여러 기록이 남아 있다. 사람의 습성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며 밤새워 노는 걸 좋아하지 골방에 앉아 조용히 심신만 단련하는 것은 도를 닦는 일부 사람이다.

조선 시대 성리학 위주의 유교 사회에서는 그런 도인 같은 생활을 강조한 탓에 생기는 병도 제법 많았다. 여성의 생활을 옥죄어 놓은 탓에 골방에 갇혀 남편이 노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던 부인들에게 잘 생기는 화병이 대표적인 것이다.

여인들이 화병에 잘 걸리는 이유


너무 방만하면 건강을 해치지만, 지나치게 규제를 받으면 생활에 불만이 생긴다. 필자의 생각은 지금 자신이 처한 건강 상태에 따라 생활습관이 달라져야 한다. 중병에 걸리면 그만큼 생활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놀고 즐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 하더라도 정도가 지나치면 그것이 병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 똑 같이 놀았는데 나만 병이 드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도 단것을 먹고 나도 단것을 먹는데 왜 나는 당뇨냐는 것이다. 그건 그 사람의 체질적인 면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다른 생활습관 때문에 다른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으니까 너무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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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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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와서 “이것 하지 말고 저것도 하지 마세요” 라는 말을 들으면 표정이 나빠진다. 콩 심은 데 콩 나듯이, 이미 그런 행동을 해왔기 때문에 생긴 병이라 습관을 한꺼번에 바꾸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은 없는 게 당연하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병을 치료하는 순리인 것만은 명확하니 어쩌겠는가. 잘 놀고 싶으면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 해 놓아야 한다. 실제로 잘 놀거나 크게 성공한 사람은 건강관리도 잘 하며 산다. 정작 놀고 싶을 때, 성공해서 즐겨야 할 때 아파서 못 하면 그것만큼 억울한 게 있을까!

동의보감의 시작인 신형편을 소개하는 것은 “잘 먹고 잘 놀기 위해서 건강관리를 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다. 신형편에서는 사람이 마땅히 가져야 할 건강수칙들을 일일이 열거해 놓았다. 동의보감을 편찬한 건 허준 혼자만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다양한 분들이 함께 했는데, 동의보감 전체 사상을 꿰뚫는 핵심은 조선 시대의 국가 사상인 유학이 아니었다. 오히려 성리학자들이 금기시하던 도가라는 사상이었다.

도가는 중국에서 내려오는 노장의 명맥과 맞닿아 있긴 하지만, 한국에선 특유의 도가를 따로 만들어 낸다. 화담 서경덕 같은 분을 떠올리면 중국의 도사들과 뭔가 다른 구석이 느껴질 것이다. 유학을 하는 풍토 속에 성리학 외의 다른 유파가 생긴 셈이니 어찌 보면 중국 도가와는 완연히 다른 도가다. 이것을 한 편으로는 선가(신선가)라고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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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 서경덕. [사진 박용환]




도가의 건강법


도가에서 내려온 가르침들은 몸의 안 쪽을 단련하고, 바깥쪽을 보존하라는 것이다. 안 쪽인 정기신을 보존하고 오장육부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 호흡(명상)과 마음가짐에 따른 생활습관을 이야기했다. 바깥을 이루고 있는 얼굴(이목구비)과 몸통을 잘 보존하기 위해 외부 기운에 따른 대처법과 그에 따른 생활습관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몸 안팎을 다스려 궁극적인 깨달음의 단계까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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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성공학. [사진 박용환]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위에 언급한대로 나의 상태를 잘 파악해 어느 정도까지 절제를 해야 하는가를 정하기 바란다. 절제라는 말이 나왔으니 미즈노 남보쿠라는 일본의 관상가가 쓴 ‘절제의 성공학’이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다.

미즈노 남보쿠는 죽을 병에 걸렸다가 한 스님의 권유를 받고 콩만 먹고 살다 보니 운이 바뀌어 목숨도 연장되고 관상을 공부하면서 이름도 남기게 되었다. 그가 성공한 사람의 관상을 관찰해 보니 평범한 사람도 어떤 것을 절제하면 성공하는 관상으로 바뀌더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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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노 남보쿠. [사진 박용환]




그 어떤 것이란 무엇일까? 여러 절제 대상 중 음식이 으뜸이었다. 본인이 한 것 처럼 식사를 무분별하게 하지 않고 가급적 채식으로 하면서 소식하면 성공하더라는 것이다. 본인의 상태에 따라 절대 채식을 해야 하는가 하면 조금의 고기도 허용될 수 있다. 어째든 먹는 것만 절제하면 성공한다니 한 번 해 볼 만한 것일까, 아니면 먹는 것을 절제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까!

동의보감의 신형편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옛사람들은 대부분 100살까지 살아도 동작이 쇠약하지 않았다는데, 지금 사람들은 50살만 넘어도 동작이 쇠약해지는 것은 시대가 달라서입니까, 아니면 양생의 도를 위반해서 그런 겁니까?” 라는 질문에,

"옛 사람들은 양생의 도를 알았기 때문에 자연변화에 따르고, 여러 생활습관을 적당히 응용하면서, 음식은 절도있게 먹고, 일상생활도 규칙적으로 하였으며, 분별없이 몸을 괴롭히지 않았기 때문에 몸과 정신이 다 건강하게 천수를 누려 100살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술을 국 마시듯 들이키고, 분별없는 짓을 일삼으며, 취한 상태로 성관계하고, 욕정에 넘쳐 정기를 고갈해 원기를 고갈시켜 근원적인 에너지원을 소모합니다. 정신을 가다듬을 줄 모르고, 다만 일시적 쾌락에 힘쓰고, 정상적인 생활의 즐거움을 위반하여 생활에 절도가 없기 때문에 50살만 되어도 쇠약해집니다." 라는 답을 한다.

사람 몸은 만년 전과 똑같아


잘 못 되었다는 생활을 들어보니 마치 현대인들에게 말하는 것 같다. 현대인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은 위생이 좋아진 탓이지 의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해서가 아니다. 사람의 몸은 만 년 전 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이제 더 오래 살게 된 시점에서는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 아니면 아프면서 오래 사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더 오래 건강하게 활동적으로 살아야 행복하지 않을까? 그럴려면 어떤 생활을 선택할지는 본인의 몫이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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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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