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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바늘구멍 하나 놓치지 않는다"…몰래카메라 잡는 '여성안심보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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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이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송파동 여성복지기관의 샤워실과 탈의실을 전자파 탐지기로 '몰카' 점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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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몰카’(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몰카 범죄만 5185건에 달한다. 2006년만 해도 전체 성범죄에서 몰카가 차지하는 비율은 3.6%에 불과했으나 10년이 지난 2015년에는 24.9%로 수직 상승했다.

이처럼 해마다 심각해지는 몰카 범죄를 막고자 ‘여성안심보안관’이 떴다. 이들은 공중 시설 등에 설치된 몰카 탐지는 물론 예방 캠페인에 나서며 여성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송파동 여성문화회관의 샤워실. 샤워실 입구엔 몰카점검을 알리는 안내판에 세워져 있었다. 샤워실에 들어서자 감청색 조끼와 창이 넓은 모자를 착용한 장경림 여성안심보안관이 선반에 올려져 있는 목욕바구니에 무전기 비슷한 모양의 기기를 가져다 댔다. 기기는 녹색 불을 깜빡이며 몰카가 없음을 알렸다.

샤워기, 탈의실 보관함의 열쇠 구멍 등 샤워실 천장부터 바닥까지 같은 방식으로 살폈다. 샤워실을 둘러본 장씨는 그래도 안심하지 못하겠다는 듯 기기를 다시 한 번 구석구석 가져다 댔다.

장씨는 "최근엔 몰카 기술이 워낙 발달해 물병 모양의 몰카도 나왔다"며 "샤워실 같은 경우 목욕바구니 안에 몰카를 넣어 놓고 촬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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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이 전자파 탐지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전자파 탐지기는 몰카의 전자파를 감지하면 경고음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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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가 몰카를 탐지하기 위해 사용한 기기는 '전자파 탐지기'다. 몰카의 전자파를 감지하게 되면 기기는 빨간 불빛을 반짝이며 경보음을 낸다.

장씨와 한 조를 이뤄 송파구를 책임지고 있는 이영미(가명) 여성안심보안관은 붉은 빛을 쏘는 기기에 눈을 대고 천장의 작은 구멍을 들여다봤다. 이씨가 사용한 기기는 '적외선 탐지기'로 적외선이 몰래카메라의 렌즈를 반사하는 원리로 몰카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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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은 점검을 마친 장소에 점검확인 스티커를 부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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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분에 걸쳐 샤워장 수색을 마친 뒤 이씨는 '여성안심보안관이 몰래카메라 설치여부를 점검중인 장소입니다'란 글귀가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샤워장을 나서자 바로 옆 공간에선 20여명의 여성들이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을 즐기고 있었다. 복도에서 다음 에어로빅 수업을 기다리던 한 여성은 "최근 몰카 범죄가 늘어서 불안했다"며 "시에서 몰카 점검을 해준다니 안심 된다"고 전했다.

장씨와 이씨는 지하2층 화장실부터 건물 6층까지 2시간에 걸쳐 몰카를 점검했다. "꼼꼼하게 점검해줘서 고맙다"는 시민들의 격려도 이어졌다.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는 시에서 몰카 설치여부 점검 등 여성 안심 환경 조성을 위해 작년 8월부터 시작했다. 올해 3월말 기준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4만431곳을 점검했다. 작은 '바늘 구멍'도 들여다보는 여성안심보안관이지만 이들의 활동에 대한 반응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엔 점검 자체를 꺼리는 곳도 있었다. 장씨는 "처음엔 '왜 점검을 하냐'는 사람들도 있었고, 점검을 하더라도 점검확인 스티커 붙이기를 꺼려하는 곳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몰카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여성안심보안관들의 방문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최근엔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에서도 몰카 점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체육대학교는 최근 송파구에 먼저 몰카 점검을 의뢰해왔다. 통상적으론 사전에 담당공무원이 점검 기관에 허락을 구하고, 전날 보안관이 연락해 방문시간까지 정한다. 구청 관계자는 "최근 몰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커져 먼저 의뢰를 요청하는 곳이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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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은 몰카범죄 예방과 대처법이 적혀있는 홍보물을 배포해 시민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도 병행한다.


민간에서는 여성안심보안관의 캠페인 활동을 통해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 여성안심보안관은 몰카 점검과 함께 몰카 범죄 대처법이 적혀있는 홍보물들을 시민에게 배포하는 캠페인도 진행한다. 이날 오전에도 2시간 동안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몰카 범죄에 대해 알렸다.

장씨는 "지난주에는 자신의 집안을 점검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집을 새로 이사하신 분이었는데 '인터넷 설치를 했는데 자신이 없는 동안 몰카가 설치가 됐을까 두렵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는 "민간에서 점검 요청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보면 우리사회의 몰카 범죄가 심각해졌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여성안심보안관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은 이뤄졌지만 최근 두 보안관을 괴롭히는 것은 폭염이다. 이씨는 "오늘처럼 35도에 육박하는 날씨엔 걸어서 점검기관을 오가고,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며 "그래도 '이제 맘놓고 다녀도 되겠어요'와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면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여성안심보안관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몰카공포증'은 확산되고 있다. USB·단추·펜 등 일상용품처럼 생긴 100여 종의 몰카를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현실 때문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몰카예방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몰카 판매 금지는 이번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시민사회는 몰카 판매 규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입법 플랫폼 '국회톡톡'에는 1만6980명의 시민이 '몰카 판매 금지 법안' 제정을 청원했다. 최초로 법안을 제안한 디지털성폭력대항단체 (DSO·Digital Sexual Crime Out)는 몰카 구매에 대한 전문가 제도와 구매자에 대한 관리시스템 도입 등을 강조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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