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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맥도날드 유일 ‘공개 노조원’ “단체교섭 전 직원 적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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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 분회 박준규씨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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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한 곳에서라도 교섭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서울 강남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는 박준규씨(32)는 6일 “그러면 물꼬가 트이듯 패스트푸드 업계 전반에도 자연스럽게 노동조건 개선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준비를 하다 생활비가 필요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게 햇수로 5년째다. 주 3일을 일터에서 보내고 한달 평균 60만~70만원을 받는다. 동료들이 믿고 따르는 고참 직원, 주방 그릴 업무부터 카운터 주문까지 숙달한 ‘올스테이션 크루’. 이것 말고도 박씨에게는 특별한 역할이 두 가지 더 있다.

첫째, 박씨는 지난해 11월 설립된 알바노조 맥도날드분회(맥도날드노조)가 공개한 유일한 조합원이다. 알바노조가 “맥잡을 굿잡으로 만들자”면서 한국맥도날드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회사는 자사 직원 가입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박씨가 나섰다. 맥도날드노조는 불이익을 우려해 조합원 10여명의 신상을 비공개하고 있다. 지난 6월 시작된 단체교섭에는 유일한 공개 조합원인 박씨도 참석한다. 맥도날드노조 교섭위원, 그의 두 번째 역할이다. 단체교섭은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임금·노동시간·근로조건 등을 결정하기 위해 벌이는 교섭이다. 그 결과는 단체협약으로 체결된다.

정규직·대기업 노조가 아닌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의 단체교섭은 한국 정서상 조금 생소하다.

“하지만 외국 사례를 보면 스웨덴·덴마크 등 유럽에서는 맥도널드 매장에도 단체교섭이 자리 잡았어요. 호주나 뉴질랜드에선 노사 합의로 시급 1만원을 얻어내기도 했고요. 주마다 사정은 약간씩 다르긴 하나 미국도 비슷합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최저시급 수준의 임금을 결정하고, 안전·복리후생 등도 회사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국내 아르바이트 업계가 ‘비일반적’이라는 얘기다.

맥도날드 노사는 지난 6월 상견례를 하고 지난달 21일 1차 교섭까지 2차례 만났다. 2차 교섭은 7일이나 8일 중 열린다. 양측 모두 정중하게 교섭에 임하는 분위기지만 교섭위원 수와 교섭 장소, 언론 공개 여부 등을 놓고는 팽팽한 신경전이 오간다고 했다. “업계 최초라는 점에서 사측도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위원장이 교섭에 참여하는 알바노조와 달리 사측은 팀장급 직원을 내보낸다. “다른 기업 단체교섭 때 대표이사나 사장이 상견례에라도 참석하는 것을 보면, 회사가 알바노조를 동등한 파트너로 보는지는, 아무래도 의구심이 들죠.”

알바노조는 시급 1만원 인상, 휴업수당 지급, 노조활동 보장, 그릴·라이더 등 위험업무 안전장비 지급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박씨는 “맥도날드 전 직원에게 단체교섭 결과를 적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르면 노조원이 과반이면 비조합원에게도 단체협약이 적용되지만, 맥도날드노조는 과반수 노조가 아니다. 다만 임금 결정사항은 근로기준법상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차별을 둘 수 없다. 직영점뿐 아니라 가맹점까지 단체협약을 적용하는 것도 관건이다. 박씨는 “가맹점이라고 해도 맥도날드 본사가 관리하고 맥도날드의 규칙대로 배우고 일한다”며 “일터 성격은 분명 맥도날드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섭은 ‘패스트푸드업계 최초’인 동시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앞두고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무노조·저임금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임금을 올릴 방도는 법정 최저임금 말고는 없다. 박씨는 “하지만 노사 교섭으로 최저임금 상승률 이상의 임금인상을 끌어낼 수 있다면,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는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맥도날드가 갖는 업계 영향력을 고려하면 교섭 결과는 자연스럽게 다른 프랜차이즈로 퍼질 것”이라고 봤다.

처음 노조 가입 사실을 공개할 때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고 했다. 혹시라도 받게 될 불이익이나 동료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다행히 반응은 긍정적이다. “‘준규씨 힘내요’라는 사람도 있고, 매장에서 리플렛을 나눠주면 ‘이 요구안은 굉장히 좋다’라든가 ‘이런 부분도 추가해 줬으면 좋겠다’는 동료들도 많죠.” 아직 매장 내 조합원은 박씨 혼자다. 그는 “교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조합에 참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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