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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일감 몰아주기 과세…중견기업들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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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일 일감 몰아주기 관련 증여세를 강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견기업들의 과세 대응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그간 공정거래법과 세법 규제에 단련된 대기업집단이 일감 중단과 보유 지분 해소 등에 주력한 것과 달리 중견기업들은 규제의 '무풍지대'에서 안주하다 이번 조치로 '증여세 폭탄'을 맞게 됐다.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그간 대기업 관행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히려 대기업보다 적폐가 심각하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비판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이 조세 형평을 위해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대기업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경제개혁연구소가 핵심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경제민주화 정책에 '올인'한 문재인정부도 2일 세법개정안에 이를 반영해 그동안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산정할 때 적용한 차감률을 40%에서 10%로 크게 낮췄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우 수년간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영역 등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고자 노력했다"며 "이번 세법개정안은 사전 대응을 하지 않았던 중견기업들에서 더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중견기업 중 농심(6곳), 동원·오뚜기·성원하이텍(4곳), SPC·한미사이언스(3곳) 등 총수와 총수 일가의 직간접 지분이 20% 이상인 계열사(연결종속회사 포함)에서 일감 몰아주기 비중이 20%를 넘어선 상태다.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해당 중견기업들은 최근 한화그룹과 한진그룹의 규제 해소 움직임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총수와 자녀가 지분을 100% 보유한 한화S&C를 물적 분할한 뒤 신설 자회사 지분 49%를 외부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분할 조치가 마무리되면) 한화그룹에서 공정거래법과 세법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곳은 '제로'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보다 적극적으로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 '유니컨버스'의 모든 지분을 대한항공에 무상증여하는 결단을 내렸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중견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대기업들이 현재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한진그룹의 무상증여 사례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구주 매출을 통한 상장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해소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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