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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당국 '금융 패러다임 대전환'···업계, 실적 우려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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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기자간담회 연 최종구 금융위원장


당국, 최고금리 인하, 부실채권 소각, 카드수수료 인하

금융권 전당포식 '대출 관행'도 개선 의지 표명
은행권, 담보대출 증가는 부동산 경기 따른 집단대출 때문
"리스크 분담하는 방식으로 대출 전환 땐 더 큰 혼란 우려"
카드, 저축 대부업계도 영업 위축 따른 존립 위기감 고조

【서울=뉴시스】안호균 기자 = 금융당국이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구호로 내걸고 금융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하면서 업계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 부실채권 소각, 카드 수수료 인하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적극 수용한 것은 물론 금융권 대출 관행까지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전당포식 영업관행의 당사자로 지목된 시중 은행으로선 당장 관행을 뜯어고칠 수도 없어 난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고금리 인하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 밖에 없는 저축· 대부업계는 실적악화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생산적·포용적 금융' 구상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전당포식 영업'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은행권의 대출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2분기 5대 시중은행은 전년 3조2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이익 규모가 46.5%나 증가한 호실적이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가계·주택담보대출이 매분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고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으로 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리스크 분담을 통해 혁신기업·신산업 등 생산성이 높은 분야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소홀히 하고 가계·담보대출 위주의 손쉬운 영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게 당국의 문제 인식이다.

최 위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혁신적인 중소기업 같은 생산적인 분야보다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금융에 대한 쏠림 현상이 매우 심화된 측면이 있다"며 "중소기업 대출을 보더라도 여전히 담보·보증 위주로 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대출 관행 개선을 위한 조치를 에고했다.

생산적인 분야로 금융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반기 중 금융업권별 자본규제를 전면 재정비하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차주와 리스크를 분담하는 비소구대출을 확대하고 금리·수수료 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당국의 지적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억울함을 표출하고 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과 담보대출 비중을 확대해 온 것은 1990년대 외환위기 때 기업 대출로 인한 연쇄 부도 사태를 경험한 뒤 자연스럽게 생겨난 생존 방식이라는 해명이다.

은행들은 무리하게 리스크를 분담하는 대출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안정성이 흔들려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기업대출 비중이 줄어든 것은 이제는 우량기업들이 은행대출을 잘 받지 않고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고, 중소기업 대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가계·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건설회사들이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밀어내기 분양을 해서 집단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벤처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라는 것은 이명박 정부때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때 창조경제를 추진하면서도 정부가 항상 해오던 얘기지만 은행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며 "벤처기업은 100개 중 10개가 성공하기 어렵다. 아무 기업에나 대출을 막 해주다가 부실화되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금리 인하 등 '포용적 금융' 시동···2·3금융권 "올 것이 왔다"

2·3금융권은 은행권보다 고심이 더 크다. 최 위원장이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포용적 금융' 구상을 내놓으면서 당장 하반기부터 영업 기반이 크게 위축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국은 대부업 최고금리를 현행 27.9%에서 24%으로 인하하고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25%)도 같은 수준까지 내리기로 했다. 또 쉬운 대출을 조장하는 대부업 광고, 대출 영업 등에 대한 규제 수준을 높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카드업계의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 단행한 '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 가맹점 확대' 조치에 이어 최고금리 인하 조치까지 뒤따르면서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저축은행의 경우에도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충당금 적립률 상향조정 조치로 실적 악화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최고금리 인하라는 악재가 겹쳤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충당금 적립률 상향조정으로 2분기부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금리 인하로 내년 이후는 더 걱정이 된다"며 "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대출은 자유롭게 풀어두면서 저축은행은 손발을 다 묶어두는 등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대부업계는 존립 자체에 위기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함께 TV광고 규제, 대출 모집 규제 등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계는 최고금리를 급격히 내릴 경우 서민금융이 붕괴해 오히려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를 24%까지 내리면 중소 업체들은 폐업하고 불법 사금융 업체로 전락하게 된다"며 "1·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정책금융을 확대해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재 8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은 4대 정책금융상품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해법은 복지정책에서 찾아야지 경제·금융 정책을 시장 논리에 맞지 않게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당국, '생산적·포용적 금융' 속도전 예고

하지만 '생산적·포용적 금융' 구상에 대한 당국의 의지는 확고하다. 각종 금융 분야 개혁 조치에 대한 일정을 확정하고 속도전에 돌입했다.

당국은 우선 오는 31일 새정부 서민금융정책 추진방향과 금융권 소멸시효완성채권방안을 발표한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장기·소액(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채권에 대한 구체적인 정리 방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또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는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인하도 검토할 방침이다. 오는 10월에는 최고금리 인하로 자금 이용 기회가 줄어드는 저신용자 문제에 대한 보완 대책도 발표한다.

이와 함께 당국은 오는 9월 중·저신용자가 합리적인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적정한 금리의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신용평가제도 개선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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