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 文대통령 ‘밀착 스킨십’으로 반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업인 호프미팅 간담회 둘째날
궂은 날씨 굳은 표정 삼성·SK·롯데·KT 등 그룹 명운달린 자리 맞아
기업 총수들 긴장감 역력
文대통령, 간담회 둘째날 각 사별로 전한 인사말
허창수 GS 회장에게 "지난번 뵈었을 때 걷기가 취미라고. 주로 어디를 걸으십니까"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스키협회 회장도 맡고 계시죠. 평창올림픽 스키 대표단 전망 괜찮습니까"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2차 주요 기업인과의 간담회 겸 만찬에 앞서 '칵테일 타임'을 갖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첫번째), 최태원 SK 회장(왼쪽 두번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 세번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은 워낙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까 잘되리라 생각합니다."

"조선산업 힘내라고 박수 한번 칠까요."

총수 구속수감과 '최순실 게이트' 재판, 장기적 업황불황과 구조조정 등으로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호프미팅'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로 재판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점심 식사도 거른 채 재판부에 양해를 구한 뒤 오후 4시 전 간신히 재판을 마치고 부랴부랴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할 정도였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과 매출 감소, 재판 등 내우외환에 싸인 그룹의 명운을 타개하기 위해 신 회장이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 얼마나 절박함을 가졌는지 짐작하게 한다.

당초 전날과 같이 상춘재 뜰에서 진행하려 했던 호프미팅은 궂은 날씨로 인해 본관 로비와 인왕실에서 진행됐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일부 총수들은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말했다.

모임 초기엔 레드카펫의 중후함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전날 한여름 밤 와이셔츠 차림으로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맥주잔을 기울인 것과는 사뭇 달랐다.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거운 공기를 반전시킨 건 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전날과 달리 "건배사는 없다. 다들 건강하고, 사업들 잘되길 바란다"며 담백하게 인사를 건넸지만 기업인 한 명 한 명에게 관심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전환시켰다. 첫날 호프미팅 때 "기업인이 국가 경제에 헌신하는 '진짜 애국자'"라고 치켜세운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힘내라" "잘되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대내외 악재에 싸인 기업인들을 다독이는 데 주력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오후 3시부터 다른 일정을 만들지 않고 간담회 준비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별로 어떤 인사를 건넬지를 놓고 고심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 회장에게 "걷기가 취미라고 하셨죠. 주로 어디를 걸으시느냐"고 인사를 건넸다. 과거 허 회장과의 만남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친근함을 드러낸 것이다. 허 회장은 "차 타고 갈 수 있는 거리로 한두 정거장 정도는 지하철로 걸어서 가곤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걷기가 우리 회장님의 건강 비결"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답게 올림픽 준비 상황을 화두로 꺼냈다. 대한스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스키대표단의 전망은 괜찮으냐. 이제는 우리가 상당히 강자가 됐다"고 했으며, 올림픽 공식 주관사인 KT 황창규 회장에게는 "세계 최초로 오지(5G) 통신을 이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준비가 잘되시느냐. 이번 올림픽 구호 중 하나가 IT올림픽이다. 성공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과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에겐 업계 상황을 비교적 소상히 물었다. 최 회장은 "수주물량이 늘었다는 것은 통계의 착시현상"이라며 구조조정 현황을 소개했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 내) 3개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5조 이상 적자를 냈고, 캐시플로(현금)를 만들기 위해 주식.부동산.임원 숙소.작업선.주차장 등 온갖 것 다 팔았다. 최근에 호텔도 팔았다"면서 "내년까지는 이 어려운 사정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좌중을 향해 "조선사업 힘내라고 박수 한번 치자"며 조선업계를 격려했다.

최태원 SK 회장에겐 "사회적 기업이란 책도 직접 쓰지 않았느냐"면서 "투자도 많이 하는데 성과가 어떻냐"고 관심을 내보였다. 재계 창구 역할을 맡고 있어 전날에 이어 연속으로 참석한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3통(通)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로 호프미팅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3통은 '문재인 대통령' '화합과 소통' '새 정부와 대한민국 경제의 만사형통'을 의미한다고 박 회장은 설명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은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