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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원전서 방사선 누출 막는 철판 무더기로 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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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에 수백 군데 결함…원안위 “시공 부실, 작업 소홀이 원인”

한울 1, 고리 3ㆍ4, 한빛 4호기 등

CLP 부식 현상 수백 군데

고리 3ㆍ4는 철판두께 기준 미달

한빛 4호기는 콘크리트 구멍도
한국일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서울환경연합 주최로 열린 원전 신고리 5ㆍ6호기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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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자로가 방출하는 방사선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막아주는 철판이 무더기로 부식돼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한빛 1ㆍ2호기 점검 과정에서 처음 부식이 발견된 이후 원자력안전당국이 전 원전을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한 결과 한울 1호기와 고리 3ㆍ4호기, 한빛 4호기 등 4기에 추가로 부식 현상이 나타나 있음을 확인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7일 제71회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원전 격납건물 점검 과정을 위원들에게 보고했다. 부식 원인 대부분이 시공 부실과 유지 보수 소홀이라는 점에서 탈(脫)원전 여론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6월과 12월 각각 한빛 2호기와 1호기의 정기점검 과정에서 격납건물 내부 철판(CLP) 일부가 부식된 현상이 발견됐다. 원전을 둘러싼 둥근 돔 형태의 격납건물은 두께 1.2m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원자로 쪽과 마주한 내부 면에는 두께 6㎜의 CLP가 덮여 있는데, 이 철판이 콘크리트 외벽과 함께 방사선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CLP의 부식이 방치되면 자칫 원전 외부로 방사선이 누출될 우려가 있다.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 24기 가운데 CLP가 있는 건 고리 2호기와 월성 1~4호기를 제외한 19기다. 이들 19기의 정기검사 기간에 CLP를 점검하고 있는 원안위는 지난 3월 한울 1호기와 고리 3호기의 CLP에 유사한 부식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계속된 점검에서 원안위는 고리 4호기와 한빛 4호기의 CLP도 역시 부식돼 있음을 발견했고, 이날 위원들에게 보고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부식 부위는 모두 수백 군데에 이른다. 특히 고리 3호기와 4호기 CLP는 각각 279군데, 80군데의 두께가 안전 기준치인 5.4㎜에 못 미쳤다. 원안위는 상당 부분이 시공 과정에서 이물질이나 수분, 염분 등이 들어간 바람에 부식이 진전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중 부식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두께 기준에 미달된 곳이 각각 71군데, 69군데나 있다는 점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시공 작업 편의를 위해 설치했던 부착물을 제거하면서 CLP 일부가 떨어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공 과정에서 작업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얘기다.

한빛 4호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격납건물 꼭대기와 가까운 CLP 최상단에 두께 기준 미달 부위가 120군데나 있는데, 그 뒤쪽을 살펴보니 콘크리트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1~21㎝ 높이의 빈 공간이 있었다는 게 원안위의 설명이다. 이 공극에 수분이 침투한 탓에 CLP가 부식됐다는 것이다. 결국 이 역시 시공 과정의 부실이다.

지금까지 총 6기의 CLP에서 발견된 부식은 대부분 격납건물 안쪽에서 눈에 보이는 표면이 아니라 콘크리트와 맞닿아 보이지 않는 배면에서 일어났다. 표면부식은 CLP가 공기에 계속 노출되기 때문에 외국 원전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배면부식은 드물다. 원안위는 해외 원전들에 배면부식 현상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 있지만, 워낙 사례가 드물다 보니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빛 1ㆍ2호기와 한울 1호기는 CLP를 교체하는 등 보수 작업을 마쳤고, 고리 3ㆍ4호기와 한빛 4호기는 보수가 진행 중이다. 원안위는 콘크리트 공극이 발견된 한빛 4호기는 보수 완료 후 별도 안전성 확인을 거친 뒤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CLP 부식과 결함에 따른 방사선 피해는 없다고 원안위는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향후 상세한 원인 규명 등을 거쳐 필요하다면 시공업체들에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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