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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삼성전자 이익 50조...반도체 이익률 46%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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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조' 연이익 사상 첫 50조 전망…총수 부재로 미래 투자 부재 우려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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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 2분기 미국의 애플·인텔, 일본의 도요타 등 내로라하는 유수기업을 제치고 세계 최고 제조업체로 올라선 데는 33년 전 반도체 시장 진출 결단이 결정적인 토대가 됐다.

디스플레이와 가전 부문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반도체 부문 1위 성과가 '글로벌 1위 기업'으로 가는 견인차 노릇을 했다.

반도체 부문 실적은 매출에서 반도체 원조업체인 인텔을 넘어선 데 이어 영업이익률 45.7%로 수익성에서도 세계 1위로 등극했다. 2분기 영업이익에서 반도체 실적의 비중은 60%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주력분야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강세가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사상 첫 50조원을 바라본다. 지난해 영업이익(29조원)의 2배 가까운 규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783억달러(약 87조9000억원)에서 올해 1116억달러(약 125조2700억원)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0년대 중후반 메모리반도체 치킨게임으로 시장이 과점체제로 재편되면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에 그치지만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로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이 계속되는 탓이다.

스마트폰 부문의 부활 신호도 실적개선 지속 전망의 요인으로 꼽힌다. 2분기 IM(IT·모바일) 부문 영업이익은 4조600억원으로 지난해 갤럭시노트7 리콜사태로 주춤했던 1분기 실적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모바일용 중소형 플렉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매출 증가로 4분기째 1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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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소비자가전 등 4대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23.1%로 애플(8월1일 실적발표)을 넘어섰거나 적어도 근접한 성적을 낸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애플은 모든 부품의 생산을 외부업체에 맡기고 경쟁을 부추겨 납품가를 낮추는 사실상 '생산하지 않는' 기업이다. 직접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재고나 노무관리, 투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비슷한 이익 규모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3배에 달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1·2·3차 납품업체를 거느리면서 2000년대 들어 강화된 상생문화 때문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삼성전자의 사업구조에서 애플 수준의 수익성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면서도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4개 부문으로 나눠진 사업 포트폴리오가 언제든 약점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반도체 시장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부터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올 2분기에만 반도체 부문에 7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을 포함해 상반기 전체 투자규모가 2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대로라면 올해 투자 규모는 30조원을 넘을 가능성도 적잖다. 막대한 시설투자가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서 반도체 투자 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아직은 기술 격차가 크지만 막대한 자금력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추격에 속도가 붙으면 최근의 공급 부족 사태가 역전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프리미엄급의 애플과 중저가폰의 중국산 사이에 낀 '넛크래커' 조짐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기술이 가속화되는 가전 부문 실적이 둔화되는 것도 고민거리다.

삼성전자 안팎에서 리더십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게 이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선 반도체 시장 진출 사례처럼 그룹의 명운을 걸 전략적 결단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해외 대형 M&A 등 투자는 전무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반도체업체 2강인 SK하이닉스의 사례에서도 이런 점이 확인된다. SK그룹이 2011년 말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공개입찰에 단독입찰했을 때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내 반대파를 물리치고 인수를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SK하이닉스 시총은 인수 5년 만에 4배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경영이 총수 독단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총수의 통찰력과 경영능력이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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