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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농가 사례로 본 최저임금 인상안, “산업부문별로 최저임금에 차등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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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지어 버는 돈은 연간 1006만원

한계 몰린 농가 경영상황 때문에

현행 최저임금도 제대로 안지켜져

"산업별 차등적용 도입 등 논의해야"

중앙일보

잡초가 무성한 전남 화순 한 농촌의 빈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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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이 농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건 다른 산업에 비해 취약한 농업의 수익구조 때문이다. “고용을 줄이지 않으면 올려줄 돈이 없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여력이 없다는 농민들의 주장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 농가가 농사를 지어 버는 돈은 연 평균 1000만원 수준이다. 통계청 ‘농가경제통계’에 따르면 농민들은 지난해 평균 3719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이 중 농사를 지어 번 돈은 1006만원(27%)이다. 국고보조금(820만원), 임대료와 근로소득(1140만원) 등 농업 외 소득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07년 40%(1040만원)에 달했던 농업소득률(전체 수입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33.5%(1125만원), 지난해 27%(1006만원)로 계속해서 감소 추세다.

10헥타르(ha) 이상 대규모 경작자들도 농업소득은 3698만원으로 보조금과 다른 일을 해 번 돈(4356만원)이 비중이 더 컸다.



농가 전체 수입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자료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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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촌에서는 현행 최저임금인 시급 6470원 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 출신으로 경기도 용인의 한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소켕(25)은 하루 8시간씩 일하기로 계약했지만 매일 11시간을 일한다. 월 20일 일하면 140만원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소켕은 숙식비 등 30만원(18.7%) 공제한 13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본 적도 없다고 한다. 소켕은 “나도 모르는 사이 2년 동안 근로계약서만 4번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올린 최저임금이 부담이 되면 고용을 줄이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은 “농촌 실정을 모르는 말씀”이라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농가 인구 중 만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40%를 넘기면서 임금노동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완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다른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크지만 농가는 이제 인력을 더 줄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제도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산업별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호주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최저임금정책 동향」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한국처럼 단일한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

①직종·산업별 최저임금제 ②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국가최저임금제’ ③취약계층 근로자에게 적용하는 ‘특별최저임금’ 등 3가지 범주로 나눠 운영한다.

2015년 최저임금을 처음 도입한 독일도 일부 취약 산업에 한해 올해까지 제도 도입을 유예했다. 프랑스 역시 육아보조원, 간병인 등 특정 업종에는 일반 최저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지역별 차등화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농가 소득을 보면 가장 많이 번 제주도(4582만원)와 가장 적게 번 경상남도(3424만원)의 소득 차이가 1000만원을 넘었다.

1959년부터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해온 일본은 이 때문에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산업이나 직종별로 이해 당사자의 신청이 있을 때 최저임금을 조정하는 ‘특별최저임금’ 제도도 운영 중이다. 미국 역시 주마다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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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앞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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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논의는 있었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최저임금 정책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사용자 측은 PC방, 편의점 등 ‘8개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했지만 17대 4(기권1)로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용자 측 위원 5명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퇴장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둘러싼 갈등에도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지만 지역·업종별 차등은 필요하다. 지금 농촌처럼 지급여력 문제로 편법을 저지르는 곳이 많아지면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게 된다”고 말했다.

한영익·최규진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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