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이슈 현장]최저임금 너무 올라서 베트남 간다고? 경방·전방 이전방침에 광주 ‘술렁’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방 광주공장, 베트남 이전 소식에 광주시내 흉흉

사측 "면사 생산 5만5000추 중 2만5000추 이전키로"

경방 근로자 "아무말 못들어…구조조정 할까 걱정"

시청 직원들, "아닌 밤중에 홍두깨" 상황 파악 '진땀'

옛 전남방직서도 공장 폐쇄 등 검토 중이어서 걱정

"3년 전 베트남공장 가동…최저임금은 핑계" 지적도

중앙일보

경방 측이 일부 면사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키로 한 경방 광주공장에서 트럭이 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공장 이전 소식을 듣게 돼 당혹스럽습니다.”

25일 오전 광주광역시 치평동 광주시청사 내 전략산업본부 사무실. 미래산업정책관실 소속 직원들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광주 하남산업단지에 공장을 둔 ‘경방’이 광주공장 일부 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경방은 1919년 옛 경성방직으로 출발한 국내 1호 상장기업이다.

앞서 경방 측은 지난 24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폭이 너무 커 이사회를 통해 광주공장 일부 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키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일보

경방 측이 일부 면사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키로 결정한 경방 광주공장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방은 현재 광주 광산구 장덕동과 경기 용인시,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회사 측은 이중 광주공장의 면사 생산규모인 5만5000추 중 2만5000추를 베트남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이 소식을 접한 광주시청 직원들은 일제히 경방 본사와 광주공장 측에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앞서 공개된 전방(옛 전남방직) 측의 구조조정 소문 역시 직원들의 얼굴을 어둡게 했다. 전방 측은 광주공장 등 전국의 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고 직원 600여 명을 해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청 측은 이날 경방 광주공장에 관계자들을 보내기로 했다가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경방 광주공장장 등 경방 측 임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유영 4차산업정책 계장은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공장 이전 소식이 나와 당혹스럽다”며 “경방이나 지역 경제계 등과의 원만한 협의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경방 측이 일부 면사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키로 결정한 경방 광주공장에서 직원이 전화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시각 광주 하남산단 내 경방 광주공장. 면사를 생산하는 공장 안팎에 적막감이 흘렀다. 모두들 업무를 보는 시간인 탓인지 면사를 실어나르는 트럭들만 드나들뿐 직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비원 A씨는 “취재진 등 일체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며 “간부들은 모두 외부 출장 중이고 직원들만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8년 문을 연 공장에서는 직원 150여 명이 면사를 생산하고 있다.

직원 B씨는 “어제까지 공장 이전 소식은 전혀 듣지 못했다”며 “구조조정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방 측은 전날 공장이전 내용을 밝히면서도 광주공장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여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중앙일보

경방 측이 일부 면사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키로 결정한 경방 광주공장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준 경방 회장은 전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이 16% 이상되면서 더 버티기 힘들 것으로 판단돼 공장 일부 이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 지역사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공장을 이전한다는 것은 구실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경방 측은 2013년 2월부터 2만5000추 생산 규모의 베트남공장을 가동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주공장 등 전국의 공장 3곳이 올린 총매출액 3130억원 중 순익은 30억원대에 불과한 것도 최저임금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방 측은 베트남의 인건비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200억원대의 공장 이전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중앙일보

경방 측이 일부 면사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키로 결정한 경방 광주공장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