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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KAI 비자금 관여’ 손승범씨 공개 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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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째 잠적… 공개수사로 전환/檢 “은신처 제공도 범죄” 처벌 경고

세계일보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KAI 인사운영팀 전 부장 손승범씨를 공개 수배했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손씨를 추적해왔지만 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KAI 방산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24일 손씨에 대한 수사를 공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손씨가 KAI 회삿돈 횡령에 깊숙이 관여한 단서를 잡고 소환을 통보했다. 하지만 손씨는 이에 불응한 채 KAI에 사표를 내고 잠적했다. 이후 검찰은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지만 13개월이 넘도록 찾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년간 노력했지만 사실상 비공개 수사로는 검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법기관이 힘을 모아야겠다는 판단에 경찰과도 절차를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에도 10여명의 검찰 전담 추적팀이 손씨를 뒤쫓고 있으나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컴퓨터 수리업체 등을 운영하던 처남 명의로 설계 용역업체 A사를 차린 뒤 KAI가 발주한 총 247억원대의 용역을 A사에 몰아주고 그중 약 20억원은 ‘자신의 주머니’에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그는 항공기 개발과 관련한 외부 용역계약 업무를 담당했으며 2007∼2014년 한국형 헬기 수리온, 경공격기 FA-50 등을 개발하는 사업에 관여했다.

검찰은 손씨의 범행 규모가 수백억원대로 크다는 점에서 단독 범행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A사에 지급된 용역비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돼 하성용(66) 전 KAI 사장의 연임 로비 등에 쓰였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실제 검찰은 최근 A사 임원으로부터 용역비 중 수십억원을 별도 비자금 계좌에 송금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가 검거되면 비자금 조성 경로와 용처 등을 밝혀내 KAI의 경영비리 전반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손씨가 어떤 조력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범죄 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회사원일 뿐인데 이렇게 장기간 도주하는 것에는 어떤 사정이 있지 않나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화이트칼라 범죄’ 피의자의 경우 장기간 도주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외부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어 손씨 비호세력을 향해 “수배 중인 범죄자의 도주를 돕거나 은신처를 제공하는 것은 범인은닉으로 범죄에 해당한다”며 “그런 이들도 검거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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