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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학생 "참정권 달라" vs 학부모 "아직 미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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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시교육청 3개년 학생인권종합계획 수립 토론회


서울교육청 '학생인권종합계획 토론회' '갑론을박'

일부 성인 참석자 원색적 비난 '눈살'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학생 참정권에 대해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아직 미숙하다고 하시는데 민주주의는 누군가가 미숙하기 때문에 있는 것 아닌가. 모두가 성숙하다면 과두정치를 해야 한다."(D고 2학년 N군)

"중학교 3학년인 자녀가 운전면허를 따고 싶어 한다고 운전면허학원에 등록시켜주지 않는다. 선거권을 달라고 하는데 학생은 배우는 과정에 있다. 달라고 해서 무제한적으로 줄 수는 없다."(교직 생활 경험이 있는 여성 학부모)

24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강당에선 '서울시교육청 3개년(2018~2020년) 학생인권종합계획' 최종안 수립을 위한 '서울교육공동체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지정토론에 이어 100분간 진행된 자유토론은 발언기회를 얻으려는 참석자들의 참여 열기로 뜨거웠다.

종합계획 초안에는 ▲학생 참정권 보장 ▲소수자 학생 권리 보호 ▲두발 등 개성 실현 권리 존중 ▲학생인권상담창구 운영 ▲학교규칙에 학생인권조례 반영 ▲상·벌점제도 대안 마련 ▲학생자치활동 강화 ▲교사 인권보호 및 교육활동 지원 등 쟁점 사항들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학부모들은 만 19세인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하향조정하고 교육감 선거의 경우 만 16세부터 선거권을 주는 참정권 보장과 성소수자를 둘러싼 소수자 학생 권리 보호를 두고 비난 일변도의 모습을 보여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종합계획 초안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는 학생 참정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추진과제가 포함됐다. OECD 회원국 35개국중 만 18세 이하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곳은 한국뿐이다.

이에대해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미성숙하다'며 추진과제 삭제를 요구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 부회장선거에 출마해 '여러분의 벌점을 제가 다 받겠다'는 공약을 했는데 부회장에 당선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성숙한 만 16세 아이들이 선거권을 지녀도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토론중에 한 학부모는 학생과 교사, 국가간 관계를 두고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가 같다'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일부 성인 참석자들은 소수자 학생 권리 보호 내용중 성소수자 학생을 특정해 문제 삼았다.

성소수자를 비롯해 장애학생, 다문화가정학생, 빈곤학생, 근로학생, 외국인학생, 운동선수 등을 포함한 소수자학생 처벌 예방을 위해 내년부터 3년간 차별실태 조사 및 연구를 진행하고 2020년 가이드북을 제작·배포하겠다는 추진과제는 물론 학생인권 조례중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아예 삭제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자신을 보육원 교사라고 밝힌 한 여성 참석자는 "보육원에서는 동성애와 동성간 성폭력이 자주 발생한다"며 "추진과제는 물론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에서 성소수자 관련 조항을 모두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과 교사들은 이같은 학부모들의 삭제요구를 반박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양정고 2학년 김성진 학생은 "한때 여성은 선거에 참여할 권리가 없었지만 꾸준히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주장했다"며 "학생들에게도 뭔가를 주장할 권리는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입제도의 노예가 되는 제도를 바꾸기 위해 학생들이 말하고 권리를 주장하는게 학생인권"이라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학생 권리 보호에 대해선 학생인권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임종근 잠일고 교장이 직접 답변했다.

임 교장은 "아이들이 혐오하고 차별하는 상황 속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은) 자기 구제신청도 못한다"며 "종합계획은 차별금지법을 만들려는 포석이나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하려는게 아니라 교육적으로 소수자 학생들의 차별을 예방하고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의표 도봉초 교사는 "학생들보다 어른들이 못난 모습을 보인 것 같아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부끄럽다"며 "학생들이 미성숙하다고 함부로 무시하거나 그들의 머릿속에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을 강제로 주입해선 안 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교육청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안된 내용은 내부 검토를 거쳐 '3개년 학생인권종합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최종안은 관계자 간담회와 대시민 공청회 등을 거쳐 10~11월경 발표될 예정이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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