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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대통령-재계 만남] 오뚜기 초청은 청와대의 재계압박용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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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 간담회에 오뚜기가 깜짝 초청되면서 오뚜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초청이 알려진 24일 오뚜기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고 주가도 장개장 직후 전거래일대비 16.8%나 급등했다.

청와대 초청받은 재계의 쟁쟁한 대기업들 사이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오뚜기의 자산은 1조 5000억원 정도로 1위인 삼성그룹(363조)의 0.4%에 불과하다. 이처럼 중견기업에 불과한 오뚜기가 대그룹과 함께 청와대의 초청장을 받아든 것이다. 사실 이같은 일은 오뚜기도 전혀 알지 못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사전에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없었기 때문에 우리도 언론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기쁨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오뚜기 관계자는 "함영준 회장이 청와대가 초청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번 간담회에도 함 회장이 직접 참석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여론의 주목에 대한 부담감도 감지된다.

그렇다면 왜 청와대는 오뚜기를 전격적으로 초청 명단에 포함시켰을까.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문재인 대통령 사이에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다는게 오뚜기 측의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간담회에서 오뚜기의 경영방식과 사례를 부각시켜 자연스럽게 다른 대기업들에게도 '오뚜기식 상생경영'을 주문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청와대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실제 오뚜기는 다른 기업과는 다른 길을 많이 걸어왔다. 마트의 판매사원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고용안정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이는 창업자 함태호 명예회장의 뜻이기도 하다. 투명한 세금 납부도 박수를 받고 있다. 함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1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분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른 식품기업들이 잇달아 가격을 인상할때 라면 값 등을 동결하기도 했다. 온라인 상에서 오뚜기가 '갓(God)뚜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미 청와대의 전략은 절반의 성공을 달성했다는 평가다.

초청 대상이 되면서 오뚜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이날 장개장 직후 오뚜기 주가는 전거래일대비 16.8% 올랐다가 이후 진정되며 종가는 전거래일대비 7.25% 오른 79만9000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88만4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주가 급등세는 오뚜기의 기업평판 상승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윤오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뚜기의 주가는 이미 동종업계 대비 고평가돼있는 상황이지만 사업의 일관성과 안정적인 투자 행태 등을 감안하면 합당한 수준"이라며 "소비자들에 대한 기업이미지 상승이 구매로 이어지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뚜기의 모범사례가 널리 확산되면서 여론은 오뚜기에는 큰 박수를, 다른 기업들에게는 오뚜기를 본받으라는 강한 압박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로서는 간담회를 하기도 전에 상생경영이라는 분위기 확산에 성공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손일선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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