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방서들, 벌집 탓에 연간 1만 건 출동
공원·녹지 늘며 벌떼 도심 진출 잦아져
아파트 베란다, 주택가 가리지않고 벌집 지어
벌집이 작게 보여도 직접 제거 시도 말아야
동남아 등검은말벌 확산…경기도까지 퍼져
독성이 꿀벌의 15배, 토종 말벌보다 위협적
도심 가로수에 집을 짓고 서식하는 말벌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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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서울 신촌 로터리 근처 골목길에 꿀벌 수백 마리가 나타나 소방서에서 출동했다. 꿀벌들이 여왕벌을 따라 이동하다가 한 장소에서 머물면서 소동이 빚어졌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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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소방서 홍보교육팀 이성훈 씨는 "아파트 단지 베란다나 단독주택 현관, 사찰 천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들이 벌집을 만들어 출동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 주택가에 지은 벌집에서 말벌이 새끼들을 보살피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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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도시 정원에서 살포하는 농약의 독성이나 양이 줄어든 것도 이유일 수 있다. 실제로 도시 양봉이 점차 확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방관이 나무 가지의 벌집을 제거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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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은 애벌레를 기를 때에는 꿀벌을 사냥해서 먹이로 주는데, 성충이 활동하는 에너지로는 당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도심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토종 말벌인 털보말벌이나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의 경우 산속보다는 개활지를 선호하는데, 이런 특성 때문에 숲속보다는 도심에 잘 적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등검은말벌의 벌집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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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최문보 박사는 "2013년 무렵엔 등검은말벌이 영남지역에 주로 서식했으나 지난해에는 서울과 경기북부에서도 발견돼 사실상 전국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등검은말벌 [시진 국립생물자원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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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검은말벌은 꿀벌을 주로 먹지만, 꿀벌이 없으면 파리까지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종말벌보다 민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등검은말벌의 독성이 토종말벌보다 훨씬 강하고 서식밀도도 높아 도시민들에게 실질적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과거 도심에 살던 쌍살벌 등 토종 말벌은 사람이 쏘이더라도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등검은말벌의 독성은 꿀벌에 비해 15배에 이를 정도로 강하다.
정 교수는 "말벌은 꿀벌보다 독샘 크기가 훨씬 크다. 게다가 꿀벌은 한 번밖에는 침을 쏠 수 없지만, 말벌은 여러 차례 공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말벌집 10m 이내에 접근하면 말벌의 공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벌집이 작아보이더라도 직접 제거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119에 신고하는 것이 안전하다. 일부 향수·화장품에는 장수말벌의 공격 행동을 유도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주변에 말벌이 있을 때는 사용을 피해야 한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벌에 쏘였을 때는 손 대신에 카드 등으로 조심스럽게 긁어서 남아있는 벌침을 빼내고, 깨끗한 물로 상처 부위를 씻은 뒤 소독하는 게 좋다. 말벌에 쏘였을 때 노약자는 쇼크로 인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즉시 119에 신고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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