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대학경쟁력 평가] ⑫ ‘대학 기부금’
작년 사립대 156곳의 기부금 총수입은 3860억원
연대 이어 고려대>이화여대>한양대>성균관대 순
상위 10개교 기부금 1740억....전체의 45% 차지
기부금 수입도 양극화...하위 10개교 1억원 미만
대학들 “기부금 세금혜택 확대해야 숨통 트여"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사립대의 재정 수입 중 한 축은 기부금이 담당한다. 동문이나 기업이 낸 기부금은 사립대의 연구·장학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대학입장에선 기부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소재 소위 명문대학들은 한해 수백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하는 반면 지방대에서는 1억원을 넘기기도 쉽지 않다. 특히 대학 전체 기부금 수입은 2003년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와 대학의 사회적 신뢰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연세대 기부금 수입 424억...전국 1위
이데일리가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를 통해 2016년(2015년 결산기준) 전국 156개 4년제 사립대의 기부금 수입을 조사한 결과지난해 기부금을 가장 많이 모금한 대학은 연세대(424억8300만원)로 나타났다.
이어 △고려대(378억6600만원) △이화여대(167억5400만원) △한양대(166억8700만원) △성균관대(150억4700만원) △동국대(108억2000만원) △경희대(96억2400만원) △서강대(87억7700만원) △인하대(81억3300만원) △영남대(79억8000만원) △숭실대(73억5800만원) 등이 상위 10개교에 들었다.
2015년(2014년 결산 기준)과 비교해보면 연세대가 2년 연속 1위다. 연세대는 전년도에도 506억9600만원을 모금했다.
연세대는 2013년 8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는 백양로 지하에 주차장과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대규모 공사다. 학교 측은 2012년부터 이를 위한 모금운동에 착수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교의 상징인 백양로를 새롭게 조성하는 사업에 많은 동문·학부모·교직원들이 관심을 갖고 기부금 모금에 동참한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이대는 2015년에는 108억원을 모금, 전국 9위에 그쳤으나 2016년 167억원을 모금하면서 3위로 뛰어올랐다. 이는 지난해 개교 130주년을 앞두고 2015년부터 동문 대상 후원의 밤을 개최하는 등 모금 분위기를 조성한 게 주효했다.
이대 관계자는 “지난해 개교 130주년을 맞아 2015년부터 동문 대상 후원의 밤을 개최하는 등 모금운동을 벌였다”며 “2010년부터 시작한 소액 기부 캠페인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대가 2010년 시작한 소액기부 캠페인 ‘선배라면’에는 5년간 동문 5349명이 참여했다. 이대는 이를 통해 2015년까지 약 23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동국대 108주년 모금 226억원 모아
동국대는 개교 108주년이었던 2014년 기부금 수입이 226억원에 달하는 ‘깜작 실적’을 달성했다. 불교에서 인간의 번뇌를 상징한다는 ‘108’이란 숫자를 활용한 마케팅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2016년에는 기부금 수입이 108억원으로 반 토막 나면서 순위도 3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다.
동국대 관계자는 “아무래도 108주년 때 기부금 모금이 워낙 활성화된 측면이 있어 이듬해에는 실적이 낮아진 것”이라며 “하지만 매년 10위권 실적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사립대 156곳의 기부금 수입은 3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079억원에 비해 219억원 감소한 액수다.
이중 상위 10개 대학의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5.1%(1741억원)에 달했다. 상위 10개교 중 9곳은 서울소재 대학이며 지방소재는 영남대 한 곳에 불과하다.
반면 김천대(9403만원)·목포가톨릭대(8825만원)·대구예술대(8692만원)·루터대(8663만원)·창신대(8640만원)·금강대(7963만원)·중원대(6294만원)·송원대(6047만원)·경주대(5463만원)·대구외대(260만원) 등 10곳은 연간 모금액이 1억원을 채 넘지 못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 기부금 모금에서는 동문의 역할을 절대적”이라며 “동문회가 활성화된 상위권 대학에 기부금이 몰리는 반면 그렇지 못한 지방 사립대는 모금 실적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기부금 2003년 이후 뒷걸음질…“세제혜택 확대해야”
사립대 기부금 규모는 2003년 1조194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 발간한 ‘사립대학 재정운영 실태진단’ 자료집에 따르면 사립대 기부금 수입은 2012년 3760억 원으로 약 10년 만에 30% 수준으로 축소됐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달 23일 전국 사립대 153개교를 조사해 발표한 ‘2011년~2015년 사립대 기부금 현황’에서도 전체 사립대 기부금 수입은 5년간 3800억~4000억원 사이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립대 기부금이 줄어든 데에는 대학 책임도 있다”며 “대학이 사회에 공헌한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동문을 비롯해 지역사회·기업·개인·단체 등의 기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기부금에 대한 세금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연말정산 특별공제 항목이던 대학 기부금은 2014년 세액공제로 전환됐다. 종전까지는 1000만원을 기부하면 350만원을 공제받았지만 지금은 15%인 150만원만 공제 혜택을 받는다.
숭실대 관계자는 “정부가 수년째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규제해 대학들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기부금이라도 세금혜택을 확대해줘야 사립대 재정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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