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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동서남북/이권효]대구공항 이전 ‘민심’ 얻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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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지역사회공동체의 합의를 통해 대구공항을 지역거점공항으로 육성.’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며칠 전 발표한 지역정책 공약의 하나인 이 표현을 놓고 대구시 안팎에서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높다.

지역사회 합의라는 전제도 그렇고, 통합 이전이라는 표현도 없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구 경북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게 아니냐고도 한다.

대구공항 통합 이전은 복잡한 사안이므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흥분해 감정이 앞서면 시야가 좁아진다. 대구의 불만에 대해 정부나 여당이 “표현이 부적절했다”고 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

이 사업은 지난해 6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나면서 한 달 뒤 확정됐다. 대구시가 반발하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구의 허탈함을 채워주기 위해 성급하게 결정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주민여론 수렴이라는 중요한 절차에 소홀했다.

국정기획위가 지역공동체 합의라는 단서를 붙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지금 상황에서 통합 이전에 대해 “대구시민, 나아가 대구 경북 지역사회가 한목소리로 간절히 원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대구지역 10여 개 시민단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사정을 보여준다. 이전에 반대하고, 이전하더라도 지금의 대구공항은 그대로 두고 군사공항(K-2)만 옮기면 좋겠다는 의견이 더 많다.

지금으로서는 이전 계획을 없던 일로 하기 어렵고 K-2만 옮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많은 대구시민이 통합 이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현실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예비 후보지인 군위에서는 반대하는 주민들에 의해 군수 소환을 위한 주민투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는 “이미 끝난 문제인데 이상한 단체들이 이상한 여론조사를 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며 의미를 축소한다. 지역 발전에 획기적 계기가 될 통합 이전에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하는 새 공항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국제공항이 될지, 동네 공항으로 전락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정부도 ‘지역거점공항’이라고 할 뿐 ‘(국가적) 관문공항’이라고 하지 않는다. 대구시민 상당수는 이런 점도 우려한다.

국방부 계획에 따라 후보지 선정 등 절차는 진행되겠지만 얼마나 주민들의 공감과 박수 속에서 추진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이전 반대나 대구공항 존치 목소리를 비현실적이라며 시민을 탓하고 무시하면 민심은 떠날 것이다. 민심의 좋고 싫음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시는 이런 측면을 세밀하게 살펴서 민심을 넓게 얻는 섬세한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할 필요가 있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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