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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갓뚜기’가 청와대 초대받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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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철폐 등 노력 인정

14대 대기업과 어깨 나란히

27, 28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대화에 중견 식품기업인 오뚜기가 포함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69년 창립한 오뚜기가 청와대 초청 기업인 간담회에 초대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매출 2조원을 갓 넘긴 중견기업 대표가 14대 대기업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갓(God)뚜기’란 찬사를 받으며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인정받은 영향이 커 보인다.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시위가 이어지던 지난 연말 SNS에서는 오뚜기에 대한 찬사가 줄을 이었다. 박근혜 정부와 기업 간의 유착관계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던 시점에서, 이들 기업과 달랐던 오뚜기의 행보가 집중적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함영준(58) 오뚜기 회장이 고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물려받으면서 상속세 1,500억원을 납부하기로 했다는 점이 일부 대기업의 불법 편법 경영승계 논란과 맞물리며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지난해 9월 함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오뚜기 주식은 46만5,546주. 오뚜기 전체 주식의 13.53%로 금전적 가치는 당시 주가 기준 3,500억원에 달했다. 상속세ㆍ증여세 법에 따르면 30억원 이상의 상장 주식에 붙는 상속세율은 50%라 부담이 컸음에도 함 회장은 1,500억원 가량의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주식 전량을 상속받아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또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함 명예회장의 경영철학도 화제가 됐다.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요즘 세태와 확연히 대조되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오뚜기 전체 직원 3,099명 중에서 36명만이 기간제 근로자로 비정규직 비율이 1.16%에 그쳤다. 이 밖에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용 지원과 장애인 재활지원 사업 후원 등 오뚜기가 벌이는 사회공헌 활동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줬다.

업계에선 ‘갓뚜기’ 열풍에 대해 “상속세 납부와 사회공헌 활동 등은 기업의 당연한 의무인데, 그렇지 못한 재벌 기업 행태에 실망한 사람들이 바람직한 기업의 표상으로 오뚜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기사를 통해 청와대 초청을 알게 됐다”며 “회사 창립 이후 청와대 초청받은 것은 처음으로 초청 대상에 포함돼 영광이다”고 말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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