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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유통업 총수들의 `우문현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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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답을 찾아라.' 국내 대표 유통그룹 총수들의 현장경영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룹을 위기에서 건져낼 해법을 찾기 위해서 또는 위기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총수들은 원점(原點)인 현장을 찾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면세점 비리 의혹 등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지난 주말 롯데백화점 본점과 롯데면세점 소공점을 찾아 현장에서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했다. 4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그룹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첫 단추로 미국을 직접 방문한다. 신 회장과 이 회장이 현장에서 찾아낼 향후 구상에 유통가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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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보복과 면세점 로비 의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위기 돌파의 해답을 현장에서 찾고 있다. 2년 전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후 계속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이 여전히 현장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22일 수행원 없이 롯데그룹 유통사업의 심장인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방문했다. 신 회장은 백화점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꼼꼼히 매장 상태 등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을 둘러본 뒤 신 회장은 실무자들에게 최근 매출 동향과 매출 트렌드 등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이후 신 회장은 백화점과 같은 건물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소공점도 방문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면세점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문제점과 해답을 구상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지난해 매출이 3조원에 달하는 핵심 점포다. 국내 전체 면세점업계 매출(12조2700억원)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매출은 3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주말 등 여유 시간이 생기면 종종 현장을 찾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올해 들어서도 롯데월드타워,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롯데월드, 롯데아울렛 광교점, 롯데마트 은평점 등을 직접 찾아갔다.

현장 방문은 대부분 비공식 일정이다. 해당 점포에 미리 통지하지도 않고 수행원도 대동하지 않는 방식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대규모 수행원과 함께 매장을 형식적으로 방문하는 것보다 혼자서 조용히 실제 현장 모습을 파악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 회장이 현장경영 행보를 넓히는 이유는 롯데그룹이 겪는 어려움의 해답이 현장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매주 두 번이 넘는 재판 일정과 무더위에도 현장경영을 이어가는 배경이다. 신 회장이 올해 5월 검찰의 출국금지가 풀리자 바로 미국으로 날아간 것도 이런 연장선이다. 미국에서 허쉬, IBM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롯데가 인수한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을 직접 방문하는 등 해외 현장경영에 시동을 건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강행군에 가까운 재판 일정 등으로 사실상 휴가도 반납한 신 회장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롯데의 밑그림을 현장에서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계열사 대표들에게도 적극적인 현장경영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임원회의에서도 매주 세 차례 이상 점포를 방문하는 일본 모 편의점업체의 최고경영자(CEO)를 예로 들며 현장경영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롯데그룹 대표 유통 계열사인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CEO들이 현장경영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올해 초 롯데백화점 수장을 맡은 강희태 대표는 취임 직후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틈이 날 때마다 서울·수도권은 물론 지방과 해외 점포까지 방문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많은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앞으로 계속 전진하기 위해서는 현장경영이 중요하다는 게 신 회장의 확고한 생각"이라며 "그룹 본부 역할을 축소하고 BU와 계열사 권한을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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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 복귀 이후 첫 해외 출장을 떠나며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시동을 건다.

23일 CJ그룹은 이 회장이 다음달 18~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케이콘(KCON) 2017 LA' 행사 현장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4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돌아와 처음 떠나는 해외 출장인 만큼 미국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사업 확대 방안에 대한 보고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콘 행사는 CJ그룹이 세계 전역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한류 축제다. 이 회장은 이 행사를 직접 기획한 것은 물론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계속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 회장이 케이콘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1회 케이콘 행사가 열린 2012년에는 개인 일정으로, 2013년 이후에는 구속 수감되면서 참여하지 못했다.

역대 케이콘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번 LA 행사에선 K팝, K푸드, K뷰티 등이 두루 소개될 예정이다. CJ그룹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콘서트장 주변에 한류 관련 컨벤션 부스를 설치해 국산 음식과 화장품 등을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

이 회장은 다음달 18~20일 중 하루를 택해 콘서트장과 컨벤션 부스를 모두 돌아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케이콘 행사에 맞춰 다음달 중순 출국할 예정이고 귀국 일정은 미정"이라며 "이번 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사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본격적으로 현장경영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국 방문 기간에는 문화콘텐츠 분야 외에도 식품과 바이오 등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

CJ그룹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당시 향후 5년간 미국에서 10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우선 CJ제일제당의 식품 및 바이오 부문 생산공장 신규 증설에 투자할 예정이다.

2010년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를 앞세워 현지 만두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미국 현지에서 비비고 만두를 생산하기 위해 지난 3년간 약 6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그 결과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현지 시장 점유율을 11%까지 끌어올리며 25년간 미국 만두시장을 독식해온 브랜드 '링링'을 꺾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현재 비비고 만두의 연매출은 약 1000억원에 달한다. 비비고 만두는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공 사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바이오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2013년 아이오와에 바이오공장을 설립해 연간 10만t 규모의 라이신을 생산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부문에서는 케이콘 외에 엠넷 US채널과 CGV를 통해 미국 방송·멀티플렉스사업에 진출했다. 향후 CJ CGV는 현지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미국 해외 출장을 시작으로 CJ그룹의 목표인 '월드 베스트 CJ'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 베스트 CJ는 이 회장이 지난 5월 그룹 내부 행사 '온리원 콘퍼런스'로 복귀하면서 제시한 목표로,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손일선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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