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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현장에서]문재인 정부서 붕 떠버린 ‘중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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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언론사 부서 이름도 지금처럼 벤처중기부 말고 중소중견기업부로 해주이소. 허허허.”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농반진반으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중소기업청이 부로 승격되는 상황에서 그 어느 곳에서도 ‘중견기업’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데 따른 허탈감 때문이었을까. 물론 중견기업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돼 운영되겠지만 현재 정책의 초점이 벤처·중소기업들에게 맞춰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견기업계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헛헛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만 봐도 이같은 현실이 더욱 도드라진다. 중소기업→중견기업→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 측면에서이라는 큰 그림은 있지만 오롯이 중견기업만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 창업생태계 등에 대한 정책이 대다수다. ‘새 정부의 정책 초점에서 비켜나가면서 대기업과 함께 묶여 단순 규제 대상만 되는 게 아니냐’는 중견기업들의 한숨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원익 중견련 상근부회장도 “소통이 더 필요하지 않겠느냐. 대통령 참모진들부터 시작해 앞으로 더 많은 얘기를 나눠야 할 것 같다”며 “전 정부 때 중견기업 이슈가 부각됐던 것을 소통을 통해 이번 정권에서도 이어 나가야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견기업 정책이 부상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였다. 당시 중견기업을 위한 정책들이 부상했다. ‘산업계의 허리’인 중견기업이 두터워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정부의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는 중견기업에 대한 부분이 ‘붕’ 떠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전에도, 대선 후에도 마찬가지다. 중견기업을 대기업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크다는 일각의 불만도 나온다.

중견기업계 고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중견기업에 대한 ‘쪽집게 과외’를 받으면서 이에 대한 정책을 많이 부각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반면 문재인 정부의 경우에는 대선 전에도 이같은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이라는 경제계의 근간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견기업 육성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세계 시장을 누비는 ‘월드클래스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중견기업에 대한 꾸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아랫단에서는 벤처 생태계를, 윗단에서는 중견기업 생태계 구축과 규제 개선이 함께 이뤄지는 ‘투트랙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견기업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가만히 앉아서 떡고물이 떨어지는 것만을 기대해선 안 된다. 정부, 국회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중견기업에 대한 중요성을 주입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21일 중견기업특별법 시행 3주년을 맞는 가운데 여전히 중견기업에 대한 법·제도, 규제 개선이 산적해 있다.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국 방문 자리에서 경제사절단들에게 “기업에 관심이 많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중견기업 육성에 대한 기대도 걸어볼 만하다. 앞으로가 중요한 만큼 중견기업인들의 노력 여부에 따라 향후 5년간의 중견기업 정책이 빛을 발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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