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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연합시론] 재정전략회의서 '증세'도 터놓고 논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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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새 정부 국정운영 청사진이 공개된 데 이어 20∼21일 이틀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당·정·청 합동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정부 예산편성을 앞두고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전원이 모여 국가재정운용의 큰 방향과 전략을 결정하는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다. 이번 회의는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전략회의라는 점에서 우선 눈길을 끈다. 이낙연 총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전원에다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경제라인 참모진, 추미애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6명도 참석했다. 예산편성 방향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보통 전략회의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 부총리가 새 정부 5년 장기재정운용 방향을,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대한민국 경제비전을 각각 설명한 뒤 토론이 이어졌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전날 국가 비전과 5대 국정 목표, 100대 국정과제 등 새 정부 청사진이 담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국정운영 계획을 차질없이 실행하려면 앞으로 5년간 178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선공약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액수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곳은 복지와 교육 외에 일자리 창출 등 소득주도 성장 분야다. 복지 확대와 교육 공공성 강화에 77조4천억 원이 들어가고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민생경제, 혁신성장 등에 42조3천억 원이 쓰인다. 국정위는 세입 확충으로 82조6천억 원을, 세출 절감으로 95조4천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세입 확충의 73%가 넘는 60조5천억 원은 세수 자연증가분이다. 이는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매년 늘어나는 세수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국정위가 제시한 방안만 갖고는 재원조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입 확충분의 4분의 3가량을 세수 자연증가로 메운다지만, 세수는 경기여건 등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 해마다 12조 원가량 자연세수가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재정 운용은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해마다 비과세 감면 정비 등으로 2조3천억 원, 탈세 과세 강화 등으로 1조1천억 원, 세외수입 확대로 1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세출 구조 개혁을 한다지만 종전에 주던 것을 빼앗는 '세출 절감'도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 때 이미 확인됐다. 결국 담뱃세 인상, 소득세 최고세율 상향조정 등으로 세수를 보충해야 했다.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시발점으로 국정운영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을 좀 더 꼼꼼히 따져봤으면 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리 결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참석자들이 '끝장토론'을 한다고 하니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기도 하다. 정부는 이미 이해관계가 민감한 증세와 경유세 인상 등을 올해 세제개편안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정·청 핵심 인사가 모두 참석한 회의인 만큼 증세 문제를 논의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해내지도 못할 지하경제 양성화 같은 얘기 말고 소득세율 조정 등 증세 문제를 정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적절하고 모두 새겨들을 만한 고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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