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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뉴스&분석] 5400만원 연봉자도 최저임금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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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합리한 최저임금기준 ◆

매일경제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확정됐다. 이대로 가면 문재인정부 공약대로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시간문제다. 문제는 이 같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사회 취약계층을 돕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초봉 5000만원대를 넘나드는 일부 대기업들의 신입사원 인건비까지 덩달아 올린다는 점이다. 이는 최저임금 계산에는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지만 통상임금 계산에는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키는 현행 임금 체계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발생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생산직 신입사원 초봉은 월평균 450만원, 현대중공업은 314만원에 달한다. 최저임금이 당초 공약대로 1만원까지 오르면 현대차와 현대중공업도 덩달아 생산직 신입사원 초봉을 매달 63만~84만원씩 올려줘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 연봉을 받는 직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들 대기업의 급여 산정 체계가 기본급은 낮고, 정기상여금과 성과급 등이 높은 구조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신입사원 초봉 월평균 450만원 가운데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되는 기본급과 일부 고정수당은 180만원에 불과하다. 단체협약상 월별 근로시간이 243시간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급으로 치면 시간당 7410원이다.

내년 최저임금 7530원보다 시간당 120원이 적다. 시간당 1만원을 맞추려면 최저임금 기준이 되는 임금을 최소 243만원까지 올려줘야 한다. 초봉이 314만원인 현대중공업도 기본급 등의 수준이 159만원에 불과해 마찬가지로 최소 243만원까지 올려줘야 한다. 월별 법정근로시간인 209시간으로 계산해도 두 기업 모두 최저임금 산입 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지 못한다. 대한민국에서 연봉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기업들조차 최저임금제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저소득층 소득 증대 효과보다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고용비용 증대로 인해 생기는 비효율과 사회적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저임금법이 취약 근로계층을 위해 도입됐는데, 산입 범위가 협소해 오히려 대기업 근로자의 연봉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질될 수 있다"면서 "정기상여금, 현물급여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 의해 사전에 정해지는 만큼 이들 금액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2013년 대법원 판결로 인해 정기상여금 등이 일률적이고 고정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으로 분류된다. 통상임금이 높아지면 연장 근로 수당뿐만 아니라 육아휴직비, 퇴직금 등이 자동적으로 올라간다.

[나현준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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