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것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다. 11조2천억 원 규모의 추경안은 제출된 지 43일이 흘렀지만,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핵심 쟁점인 '공무원 증원' 예산 80억 원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 때문이다. 소방관과 경찰 등 국민안전·복지와 직결된 공무원 1만2천 명의 채용절차에 필요한 80억 원이 반영된 추경안에 대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공무원 증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본예산의 목적예비비 사용이라는 협상 카드를 내밀었다. 즉 목적예비비를 활용해 증원하려는 공무원 채용절차에 필요한 80억을 충당하고 이를 추경안의 부대 의견 등으로 반영함으로써 공무원 증원 합의를 도출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게 민주당 생각인 것 같다. 민주당은 또 협상 과정에서 공무원 증원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야 3당은 "추경이든 목적예비비 집행이든 예산을 통해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반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80억 원은 전체 추경 11조2천억 원의 0.1%도 안 되지만, 공무원 증원에 대한 여야의 정치적 입장차이가 워낙 커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5년간 공무원 17만4천 명 증원 방침에 대해 국회 예산처 추계를 인용해 "향후 30년 동안 인건비만 327조 원이 든다"면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야당이 80억을 문제 삼는 것은 '발목잡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일자리 대통령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날개를 꺾어버리려는 것"이라면서 "문재인 발목잡기, 문재인 흔들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공무원 증원'이라는 표현 대신 '공공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추경안 처리의 시급성을 알리고 있다.
이처럼 여야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월 2일까지 추경안이 처리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번 추경안에는 공무원 증원 절차에 필요한 예산뿐 아니라 창업투자 2조2천억 원, 일자리 여건 개선 1조2천억 원 등 민간 부문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예산도 포함돼 있다. 추경은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우려가 있을 때 편성되는 긴급 예산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때를 놓치면 추경의 효과가 반감된다. 여야는 정치력을 발휘해 80억 원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바란다. 추경안에 대한 결론이 늦어질수록 국민이 손해를 본다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