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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특급호텔 유커 빈자리, 무슬림이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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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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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계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급감하자 무슬림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무슬림 투숙객 비중이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유커의 빈자리를 채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20일 더 플라자 호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무슬림 투숙객이 사드 보복 전인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증가했으며,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새로운 고객군으로 떠오르는 무슬림 관광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와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사드 보복 이후 할랄 인증 등 무슬림 고객 유치에 관심을 갖는 호텔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롯데호텔 서울의 중동 투숙객은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전체 무슬림 고객 역시 지난 3년간 10% 이상씩 꾸준히 늘었다고 롯데호텔 측은 덧붙였다. 같은 기간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의 무슬림 고객도 10% 증가했으며 올해는 더 큰 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호텔들은 무슬림 고객을 잡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마케팅 수단은 할랄 인증이다. 국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무슬림은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와 술 등을 먹지 못한다. 소나 닭 같은 다른 육류는 율법에 따라 도살되고 가공된 것을 먹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무슬림 고객을 잡으려면 이들 식문화에 맞춘 메뉴를 구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더 플라자의 뷔페 레스토랑 '세븐스퀘어', 중식당 '도원', 일식당 '무라사키', 이탈리안 '투스카니'는 지난해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인증을 받았다. 한국관광공사가 시행하는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분류제는 할랄 인증 식재료 등을 사용하는 업체를 인증해주는 제도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의 레스토랑 '피스트'도 최근 무슬림 친화 인증을 획득했다. 할랄 인증을 받은 뷔페 메뉴를 비롯해 단품 메뉴 중에서도 별도 요청 시 할랄 인증 재료로 대체해 주문할 수 있다. 이 밖에 롯데호텔 서울도 호텔 내 모든 레스토랑이 할랄 인증을 받았으며,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과 롯데호텔월드도 무슬림 셰프 영입 및 관련 메뉴 구성을 선보이고 있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은 할랄 전문 셰프를 영입해 무슬림 고객 응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엄격한 율법을 따르는 무슬림 고객을 위한 배려에도 신경 쓰고 있다. 더 플라자,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등은 객실 투숙객의 별도 요청 시 코란(이슬람교 경전), 기도 매트, 나침반, 타스비흐(이슬람 묵주)를 제공한다. 객실 내 기도 위치를 알려주기도 한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은 무슬림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아랍어로 방송되는 TV채널을 5개까지 늘렸다.

국내 호텔업계가 무슬림 친화 인증을 잇달아 획득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무슬림 관광객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98만5858명으로 전년(74만1000명)보다 33%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30.3%)보다 높다. 올해는 10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가 분석한 2014년 무슬림 관광의 경제적 효과는 3조2658억원에 달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은 세계 인구의 23%에 달한다. 무슬림은 중동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까지 전 세계에 고루 분포돼 있다. 아랍연맹 22개국과 이슬람협력기구(OIC)에 가입한 57개국의 무슬림 인구를 합치면 8억명이 넘는다. 특히 동남아 국가에 분포된 무슬림은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방한이 꾸준히 늘고 있다.

무슬림 중에서도 특히 중동인은 씀씀이가 크다는 게 장점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지난해 조사 결과 중동인 관광객 1인당 지출 여행 경비는 2593.8달러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중 가장 많았다. 유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무슬림이 대체 고객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또 호텔 수익에 도움이 되는 마이스(MICE)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선 무슬림 친화 시설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호텔업계는 무슬림 인구가 많은 중동과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대규모 마이스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인해 유커가 급감한 이후 고객 다변화 차원에서 무슬림을 공략하려는 호텔들 움직임이 활발하다"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고객 다변화를 통한 수익 창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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