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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드라기, ECB 통화정책회의서 테이퍼링 재차 시사할 듯"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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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9~20일 열리는 ECB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축소) 신호를 재차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의 강한 회복세에 비추어 볼 때 경기 자극 프로그램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시장 참가자 대부분은 ECB가 경제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드라기 총재가 20일 ECB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존의 입장을 뒤집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고 전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27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연례 콘퍼런스에서 “ECB 통화정책은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되살리고 글로벌 위기로 상처받은 경제를 완전히 치유할 것이다. 유로존의 경제지표가 경제 회복을 알리고 있다. 디플레이션 세력이 약해진 대신 리플레이션이 자리 잡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시장은 이를 테이퍼링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했다. 이후 채권시장에선 긴축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채권을 내다팔고 유로화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우니크레디트의 마르코 발리 이코노미스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은 이미 자체적으로 포지션을 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ECB가 기존 입장으로 되돌아갈 경우 달갑지 않은 혼란과 변동성만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3%에 달했다. 이는 지난 10년래 가장 빠른 성장 속도다. 소비자 체감 경기도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은행대출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ECB가 이제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는 카드를 뽑아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ECB는 올 연말까지 매달 600억 유로의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돼 있다. 시장에서는 ECB는 오는 9월쯤 긴축 기조를 시사하고 내년부터 테이퍼링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ING 은행의 튜니스 브로센 이코노미스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은행대출의 마개도 열렸다. 드라기 총재가 20일 출구전략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있다"라고 분석했다.

ECB 고위 관계자들은 테이퍼링을 실시하더라도 아주 신중하게 조정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칫 지난 2012년 통화 긴축의 실패를 되풀이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6월 ECB는 3조1000억 유로 규모였던 대차대조표를 2014년 9월 2조 유로로 줄였다. 그러나 이처럼 가파른 통화 긴축은 유로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당시 회복기미를 보이던 ECB 경제는 다시 침체국면으로 돌아섰다.

ECB는 다시 대규모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ECB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4조 1000억 유로 정도다. 대차대조표를 3분의 1 줄였다가 다시 두 배 규모까지 늘려야만 했던 것이다.

4년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역시 신중치 못한 정책 발표로 큰 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직후 신흥시장에서는 긴축발작(taper tantrum) 현상이 나타났다. 긴축발작이란 선진국의 양적 완화 축소 정책이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증시의 급락을 불러오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국채 금리가 0.01%포인트 급등했었다.

지난달 말 드라기 총재의 테이퍼링 시사 이후 10년물 독일 국채금리는 약 0.3%포인트 상승하며 0.60%에 근접했다. 유로화 가치는 1유로당 4센트 가량 오른 1.1583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정도라면 ECB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ING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어느 정도의 긴축 발작 정도는 괜찮다. 그러나 완전한 패닉은 전혀 반갑지 않다"라고 말했다.

뉴욕 소재 BNP파리바의 폴 모르티메-리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으로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ECB가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WSJ은 독일 정부가 적어도 내년 말까지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가동되기를 바라는 만큼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WSJ은 이어 드라기 총재가 이번 달 회의에선 테이퍼링에 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명백한 신호는 8월 말로 예정된 미국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매년 여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올해 잭슨홀 미팅은 '역동적인 세계 경제 촉진'(Fostering a Dynamic Global Economy)을 주제로 8월24~26일에 열린다. 드라기 총재는 2014년에도 같은 자리에서 이듬해 시작한 양적완화를 예고한 바 있다.

앞서 19일 ECB 정책위원회 멤버인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중앙은행(BOF) 총재 역시 테이퍼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갈로 총재는 이날 프랑스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유로존 경제가 ECB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갈로 총재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위험은 이제 사라졌지만 물가 상승률 목표치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양적완화 정책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갈로 총재는 “우리는 진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적완화적 통화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경제 상황과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접근하는 정도에 따라 (양적완화의) 강도를 조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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