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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안내 부족한 통신사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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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할인 안내, KT가 가장 '적극'…시행되도 기존 가입자 적용 여부 '논란'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노컷뉴스

(사진=자료사진)


최근 정부가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지원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망은 순탄치 않다. 통신사는 반발하고 소비자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사실 현행 20% 요금할인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시행 초기보다는 가입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12%에서 20%로 상향된 지 2년이 넘도록 여전히 10명 중 8명이 약정할인 대상자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9월부터 25% 요금할인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 현재 요금할인에 가입 중인 이용자에게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또 이용자 '스스로' 약정할인 대상인지 확인해 알아서 신청해야 한다. 요율이 확대되면 "죽는다"는 통신사들이 얼마나 홍보에 적극적일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 나와도 소비자들이 알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전망이다.

◇ "약정할인은 본사가 고지"…"KT가 가장 적극, SKT·LGU+ 가이드라인 가까스로"

최근 통신비 인하방안이 쟁점이 되면서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있는지 알게 된 직장인 박 모(50) 씨는, 단말기를 한번 사면 오래 쓰는 터라 구매한 대리점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해당 지점 직원으로부터 "(선택약정)대상자는 맞지만, 약정할인은 본사에서 알릴 부분이고 지점의 의무 사항은 아니"라며 "본사에 얘기하라"라는 답변을 들었다.

"약정 가입 여부는 고객이 먼저 물어봐야 지점에서 대상자인지 확인하고 설명하는 부분"이라면서 "대상자에게 고지를 하는 건 본사의 몫"이라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약정 가입 기간이 언제 끝나는지 확인하는 것은 고객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지점에서 함부로 들춰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본사에서는 어떤 식으로 고지를 하고 있을까. 3사 모두 내용은 비슷하다. "약정이 종료된다"면서 "재계약을 통해 20% 약정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안내한다.

3사 중 KT가 약정할인 고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다. KT는 약정이 종료되는 고객들을 상대로 총 4회 문자를 발송한다. KT 관계자는 "약정이 끝나기 한 달 전, 3주 전, 1주 전, 그리고 약정이 끝나고도 그대로 사용 중이면 문자를 보낸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약정 만료 시점에 1번, 이후 1번 총 2번에 걸쳐 문자로 관련 내용을 알린다. 또 홈페이지에서 팝업창을 통해 약정할인대상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국내 1위 통신사 SK텔레콤은 약정이 끝나는 달과, 약정만료 한 달 전, 이렇게 두 번 문자를 보낸다. KT를 제외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약정할인 고지를 2회 이상해야 한다"는 미래창조과학부 가이드를 가까스로 지키고 있는 셈이다.

대신 SK텔레콤은 문자 고지 외에 요금청구서에도 약정 만료를 통보한다. 청구서 고지는 해당 가입자의 무약정 상태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다만, "청구서에는 멤버십 서비스가 바뀌는 등 중요한 고지가 있을 때 등에는 간혹 빠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고지했는데 소비자는 왜?"…"앱 사용↑ 반영 못하고 광고성 오인할 문자만 달랑"

통신사들은 이처럼 선택약정할인 안내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한다. SK텔레콤은 고가 단말기인 아이폰 구매자의 선택약정 가입율이 95%에 달하고 갤럭시A 같은 보급형폰에서도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도 소비자 전체로 봤을 때 현재 약정가입률이 5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홍보 부족'은 절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면 "고객들은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통신사 주장과 달리, 실제 녹색소비자연대 ICT 소비자정책연구원은 약정할인을 받지 못하는 가입자가 100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녹소연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통신 3사 24개월 이상 단말기 이용자 1251만 명 중 약정할인 고객은 232만 명 18.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상자 중 81.4% 1018만 명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지는 했는데 받지는 못했다는 진실공방의 배경엔 통신사의 '성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용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찾아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web]발신으로 시작되는, 광고성으로 오인할만한 문자메시지만 보내놓고 이렇다 할만한 정확한 고지는 없었다"며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문자가 스팸처리 되면서 실제 고지를 못 받는 경우도 많다.

또 고지서 대신 앱을 사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지만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 알림이 없는 것이 '의지의 차이'라며 비난하는 이유다. 이 모(33) 씨는 "요즘 누가 고지서로 확인하냐"면서 "고지서 대신 앱으로 보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데, 5G를 외치면서 소비자 편의는 2G에 멈춰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 소송 시 무기한 연기…현재 20% 약정 가입 중인 소비자는? 시행돼도 논란 여전

통신사들이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며 통신요금을 낮추려는 정부와 맞서는 것도 소비자들은 통신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실제 소송이 진행되면 시행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요금할인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통신사들이 소송을 포기, 정부계획대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요금할인 혜택을 받고 있는 이용자에게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석 역시 서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재약정을 조건으로 이미 가입한 고객도 25% 요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통사는 이는 '계약위반'이라며 맞선다. 거래를 이미 끝났는데 시세나 물가가 올랐다고 거래 조건을 바꾸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약정할인 가입자들이 현 정부 정책을 적용받지 못하면 혜택을 누릴 대상은 줄어든다. 더 큰 요율을 적용받기 위해 해지한다면, 공시지원금 해지 시보다 더 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이에 국회 미방위 소속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약정 기간이 만료돼도 통신사가 선택약정 혜택을 위약금 없이 1년가량 자동 연장해주도록 하는 법안 제정에 나섰다.

그는 "단순히 문자로 안내만 하면 실효성이 담보되기 어려워 제도 자체를 소비자에 유리하게 설계하려는 것"이라며 "노동법에는 노동자에 유리한 조건을 우선하는 원칙이 있는데, 소비자 보호 역시 그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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